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피델리티자산운용은 중국·인도·아세안 주식 시장이 성장 가능성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올 들어 아시아 주식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가고 투자 심리도 얼어붙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주가가 낮아진 상황에서 투자할 기업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4차 산업혁명에 투자를 늘린 중국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생산 자동화 업종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
레이먼드 마 피델리티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중국 기업들은 외국 회사의 제품을 따라하는 카피캣이 아니다"면서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3%에 달하는 연구개발(R&D) 비용은 결국 기업이 장기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율주행·전기차 업종도 기대주로 꼽힌다. 마 매니저는 "중국은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판매량 세계 1위 국가"라면서 "생산량이 곧 연간 200만대를 넘어서면 2차전지와 소재 수요도 같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온라인 쇼핑을 중심으로 한 내수소비 업종도 성장이 예상된다.
미·중 무역전쟁도 해결 국면이 올 것으로 봤다. 마 매니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2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 물량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면서 "더 나빠질 것이 없는 극단적 악재까지 나왔다면 보통 해결 국면이 오게 된다"고 전망했다.
인도와 아세안 국가들은 내수 성장이 튼튼하다는 점이 매력이다. 게리 모나한 피델리티자산운용 이사는 "인도는 15~20년 전 중국과 비슷하다"고 봤고 "새로운 직접 투자 대상으로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국가들도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나한 이사는 업종별로는 유가 상승에 따른 에너지 업종 수혜를 예상했다. 그는 "원유 수요가 줄지 않은 상황에서 수년간 생산 설비 투자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수급을 고려하면 원유는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 상승은 에너지 업종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
하지만 달러화 가치가 계속 강세라는 점은 아시아 주식시장에 큰 부담이다. 외국인 투자를 막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은 국가 부채 규모가 크고 물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점도 위험하다.
마 매니저는 "현재 중국 경제는 일본의 1984~1985년(거품경제 당시)과 비슷한 면이 많다"면서도 "일본 주식은 당시 고점에서 50~60%나 하락했지만 중국 주식은 그 정도로 고평가된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인도와 아세안 국가들은 국내 정치와 정책 변화가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