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오너가 이달 들어 자사주를 매입하는 기업 중에는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곳이 많아 주가 향방이 주목된다.
강영중 대교 회장은 올해 들어 가장 공격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4만410주를 추가 매입해 지분율이 반년 만에 6.75%에서 최근 7.66%로 올라갔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로 대교 주가는 올 들어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주력 사업인 눈높이, 차이홍 사업부문에서 평균 수강료가 높은 제품 위주로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김은지 KB증권 연구원은 "눈높이 사업 부문에서는 디지털 기반의 써밋수학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고, 마진이 높은 비즈니스 중국어 차이홍Biz의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핸즈코퍼레이션은 승현창 대표가 지난달 27일 자사주 2만4481주를 장내매수한 데 이어 이달 6일엔 2334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승 대표는 자사주를 매입한 이유로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자발적인 주식 매입으로 주가 안정을 이루고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핸즈코퍼레이션의 14일 종가는 7800원으로 연초 대비 15% 빠진 상태지만 하반기 들어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개별소비세 인하로 인한 자동차 판매량 증가에 따라 핸즈코퍼레이션이 생산하는 알루미늄 휠의 매출도 늘어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이베스트증권은 핸즈코퍼레이션이 올 4분기엔 11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지난해 27억원의 영업손실에서 흑자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지웅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임금·단체협상 조기 타결로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여기에 미·중 간 무역분쟁으로 중국산 알루미늄 제품 관세 부과가 실현되면 핸즈코퍼레이션이 반사 효과를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장비 부품업체 대창단조도 올 초 6만원을 넘던 주가가 최근 들어 4만원 선에서 횡보하자 대주주 박권일 대창단조 회장이 이달 들어 꾸준히 자사주를 장내에서 매수했다. 지난달 말 14.84%였던 지분은 최근 14.89%로 높아졌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7일 4190만원을 들여 아시아나항공 자사주 1만주를 매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고유가와 기내식 대란 때문에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380억원으로 줄어들었고, 6월 초 5000원 선이던 주가는 최근 4000원대로 낮아졌다. 그러나 3분기 들어서는 유가 부담에도 불구하고 유럽과 중국 수요가 늘어나면서 실적이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올 3분기엔 지난해와 비슷한 118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회사도 최근 들어 오너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원종석 신영증권 대표는 지난 5~13일 1699주를 장내 매수해 지분율을 6.45%로 올렸다. 유창수 유진그룹 부회장은 유진투자증권 주식 20만주를 장내매수했다.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도 경영 성과에 따른 자신감으로 자사주를 매입했다. 김은수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대표는 7일 자사주 3000주를 매입했으며, 5일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역시 자사주 5000주를 매입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BNK금융지주 순이익은 5955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40.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4.59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33배까지 떨어졌다. 투자자들이 계속 우려하고 있는 자산건전성 지표가 개선되면 주가가 반등할 수 있는 모멘텀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내수경기 침체 우려로 의류업종 주가가 크게 하락하자 자사주를 사들인 의류업계 오너들도 있었다. 구본걸 LF 회장과 최병오 형지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구 회장은 신사업 추진 비용 증가와 내수경기 우려 때문에 LF 주가가 올 들어 계속 하락하자 LF 자사주를 적극 장내매수했다. 구 회장은 올해 3월부터 7월 말까지 약 100억원 규모 LF 자사주를 장내매수해 지분율을 반년 새 18.8%에서 19.63%까지 늘렸다. 주가는 구 회장이 자사주를 매입하던 기간에도 계속 하락했으나 지난달 23일 2만4000원까지 떨어진 후 반등
최 회장도 의류회사 형지I&C 자사주를 올해 5월부터 장내매수에 나섰다. 5월 초 39.92%였던 지분율은 8월 말 40.18%로 늘어났다. 7월 24일 990원까지 떨어지며 신저가를 찍은 형지I&C 주가는 8월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4일 종가는 1070원이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