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늘어가는 고액 전세금 편법 증여에는 속수무책인 반면, 주택 구입 자금에 대해선 서울 전 지역의 주택 구입 내역을 샅샅이 조사하면서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커진다.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대구 서구)은 국세청과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지역 고액 전세금 편법 증여 적발 건수가 2014년 40건에서 2015년 46건, 2016년 75건, 지난해에는 87건으로 최근 4년 새 계속 증가했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5년 동안 서울에서 고액 전세금 편법 증여로 추징된 세금을 모두 합치면 694억원에 달한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경기도)에서 고액 전세금 증여세 탈루 적발 건수도 2014년 10건, 2015년 10건, 2016년 11건, 지난해에는 13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추징된 증여세는 전국 전체 추징금(805억원) 중 97.5%인 783억원에 달한다.
반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전 지역에서 고액 전세금 증여세 탈루 적발 건수는 지난 5년간 8건에 그쳤다.
지난해 서울에서 적발된 건수 대비 10%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는 주택 구입자에 대해서는 서울 전 지역을 비롯한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이상 주택을 구매할 때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받아 주택 취득 자금을 어디서 구했는지 샅샅이 소명하는 반면, 전세에 대해서는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를 따로 두지 않고 있다.
중산층이 구입하는 3억~6억원 주택까지 '먼지털이'식으로 모든 자금내역을 통해 탈루를 조사하면서 고액 전세금 증여에 대해 당국이 너무 관대한 것 아니냐는 지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부모에게 전세금을 증여받아 강남 고가 전세에 살면서 무주택으로 청약가점을 쌓은 후 강남 주택에 당첨되는 게 소위 '금수저' 코스가 되고 있다"며 "고액 전세로 사는 경우 편법으로 증여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당국이 자금 출처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