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오른쪽)이 안효준 국민연금 신임 기금운용본부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국민연금] |
안 CIO의 선임 배경에는 다양한 글로벌 투자 경험이 꼽힌다. 안 CIO가 외국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서 두루 경험을 쌓아 온 만큼 향후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비중 확대를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다.
국민연금은 2023년까지 해외 주식 투자 비중을 현재 17.7%에서 30% 내외로 확대하고, 전체 기금의 7.6%를 차지하는 대체 투자 역시 해외 투자처를 중심으로 크게 늘릴 예정이다. CIO 선임을 앞두고 글로벌 운용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기금 운용을 이끌어야 한다는 요구가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 제기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국민연금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최종 CIO 후보군에 올랐던 사람 중 글로벌 자산운용 경험이 있는 후보자가 최종 낙점돼 다행"이라며 "글로벌 투자 확대를 위해 외국인 CIO라도 모셔 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 안팎에서 컸던 것을 감안하면 안 CIO의 오랜 글로벌 활동이 선임의 결정적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외 부문 투자 확대가 장기적 과제라면, 국내 주식 투자 수익률 제고는 안 CIO가 당면한 단기 과제다. 국민연금의 올해 국내 주식 투자 수익률은 지난 7월 말 누적 기준 -6.11%로, 상반기에만 7조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미·중 무역전쟁과 선진국의 통화 긴축 움직임으로 국내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주식 투자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절실하다. 특히 CIO 장기 부재로 기금운용본부가 직접 운용하는 기금의 수익률이 민간 자산운용사에 위탁 운용하는 것보다 떨어진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손꼽힌다.
기금운용본부의 내부 조직 정비 역시 시급한 과제다. 2017년 국민연금의 전주 이전을 앞두고 직전 해에만 기금운용역 30명이 사표를 냈다. 이전 직후인 지난해 27명, 올해 17명이 추가로 기금운용본부를 떠났는데, 전체 기금운용역 규모가 280명 남짓인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에는 주식운용실, 해외증권실, 해외대체실 등 3개 실 수장이 한꺼번에 공석이 되면서 기금운용조직 와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2009~2013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맡아 안 CIO를 해외증권실장으로 발탁했던 전광우 전 이사장은 "기금운용의 전문성과 경험, 정치적 중립성 등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이 합리적 선택을 내린 것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기금운용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안 CIO가 가라앉은 내부 조직을 가능하면 이른 시일 내에 안정화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지난 7월 말 도입을 천명한 스튜어드십 코드의 연착륙 역시 안 CIO에게 주어진 과제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은 286개 상장사에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이들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재계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자칫 경영권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연금 사회주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적인 의사 결정이 중요하게 부상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통해 기업의 경영 환경을 개선하고, 기금의 장기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정부 입김에 지나치게 휘둘리지 않도록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
▶▶ 안효준 국민연금 신임 CIO는...
△1963년 부산 출생 △배정고, 부산대 경영학과 졸업 △호주 국립경영대학원 MBA △BNK금융지주 사장 △BNK투자증권 대표 △교보악사자산운용 대표 △국민연금 해외증권실장, 주식운용실장 △대우증권 홍콩법인 이사 △서울증권 뉴욕사무소장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