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7거래일 연속 순매도에 나서면서 코스피는 약 1년 반 만에 2230선 밑으로 추락했다. '심리적 마지노선' 3%를 넘어선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 강세에 신흥국 증시 매도가 심해진 데다 상장지수펀드(ETF)·인덱스펀드 등에 투자하는 패시브 자금이 낙폭을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1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5.22포인트(1.12%) 내린 2228.61에 마감했다. 코스피가 223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5월 2일(2219.67) 이후 17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한때 2222.95까지 떨어지며 지난 8월 16일 장중 최저치(2218.09)를 위협하기도 했다. 또 코스피는 최근 7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는데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국내 증시는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지속되면서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302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최근 7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7거래일 동안 외국인이 순매도한 규모는 1조7930억원에 달한다. 이날은 개인과 기관이 각각 1001억원, 1158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지수 상승을 유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달 들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3.2%까지 오르고 달러 강세로 반전하면서 신흥국 자산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상황"이라며 "외국인 매도 공세는 미국 금리 상승세가 꺾이고 신흥국 환율이 안정될 것이란 확신이 있어야 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미국 국채금리 3%대 초반이 주식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데 3.2%대까지 오르다 보니 코스피 현·선물 모두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신흥국 증시가 전반적으로 약세지만 그중에서도 국내 증시가 유난히 부진한 것은 '사자'가 실종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코스피 현물의 경우 외국인 매도세가 2300억원대인데 코스피가 1% 넘게 급락한다는 것은 이를 받아줄 매수 주체가 없기 때문"이라며 "최근 국내 증시 거래대금이 7조원대로 떨어졌는데, 기관은 코스피 매수에 소극적이고 개인도 투자심리가 약해진 상태라 매수 우위를 보이긴 하지만 코스피 흐름을 바꿀 정도의 매수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국경절 연휴 기간의 악재를 반영하며 지난 8일 3.7% 급락했고 홍콩 H지수도 1.3% 하락한 바 있다. 이들 지수는 8일 폭락을 조금씩 만회하고 있지만 여전히 투자심리가 위축돼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패시브 자금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증시 하락기에 낙폭이 더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금리와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패시브 자금이 위험자산, 특히 신흥국 자산을 많이 매도했다"며 "연기금을 비롯한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국내 주식 매수에 소극적이라 연일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다시 반등하기 위해선 미국 국채금리와 환율부터 안정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조 센터장은 "미국 국채금리는 단기적으로 3.3% 선을 고점으로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가 안정되면 한국처럼 저평가된 신흥국 시장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했다.
조 센터장은 "국내 증시는 주가수익비율(PER)·주가순자산비율(PBR)·기업이익 대비 시가총액 등이 2000년 이후 최
[정슬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