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원화값이 장중 1144.7원까지 급락했다. 이는 지난해 9월 29일 1147원까지 떨어졌던 이후 1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날 종가(1134원)보다 10.4원 급락한 1144.4원에 장을 마감했다. 원화값은 이날 1142.3원에 거래를 시작해 줄곧 1140원대 초중반에 머물며 약세 압력을 받았다. 장중 연저점이자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138.9원(7월 20일)이 단번에 뚫리자 원화값 하락(환율 상승)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받고 있다.
원화값 급락의 직격탄은 미국 증시 폭락이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정보기술(IT) 기업과 수출업체 주가가 빠지면서 외국인 투자 자금이 유출되고 환율도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안전자산 선호 분위기에 미국 달러화와 일본 엔화 등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고, 중국 위안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값은 떨어졌다. 그중에서도 원화값 낙폭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송주헌 NH농협은행 FX딜링팀 차장은 "다른 국가들은 그동안 신흥국 불안 등으로 통화 약세가 미리 반영된 반면 원화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유지하다가 한번에 반영된 측면이 있다"며 "주식시장이 망가지자 심리적으로 쏠림 현상이 심했다"고 말했다. 또 미·중 갈등 심화와 미국 금리인상 가속화 우려가 원화 약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이에 올해 연말 '원화
강세(환율 하락)'를 점쳐왔던 시장 전문가들은 전망 수정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패닉을 겪고 난 후 적정 환율은 달러당 1100~1110원 수준"이라면서도 "애초 달러당 원화값 최저점을 1140원대로 봤지만 그 밑인 1150원대까지 튈 수도 있겠다"고 전망했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