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건 회장은 BK성형외과의 설립자이자 중국, 싱가폴, 한국을 잇는 BK메디컬그룹의 대표다. 그는 1990년대 후반 비트컴퓨터 투자로 1년만에 20억여원의 수익을 기록한 재야 고수로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하는 핀테크 기업인 핑거의 3대주주이자 시가총액 1조5000억원 규모의 바이오 벤처 휴젤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한때 국내에서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성형외과 전문의에서 다방면에 걸친 사업가로의 변신에 성공한 경우다.
그는 블록체인의 가능성에 일찌감치 눈을 뜬 초기 투자가이기도 하다. 10년 전 싱가포르에 분원을 내고 다국적 사업에 나선 그는 가상화폐를 남들보다 먼저 알게 됐다. 특히 화폐를 프로그래밍함으로써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다양한 시도를 블록체인으로 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후 블록체인, 가상화폐에 대한 학습에 나선 그는 지난해 국내 첫 코인공개(ICO) 프로젝트인 보스코인에 개인 투자자 중 최대 금액을 투자했다. 또 싱가포르에 ICO 컨설팅 업체인 ICO플랫폼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번 빗썸 인수 전에도 이미 30억원을 투자해 5대 주주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김 회장은 빗썸 인수로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단숨에 등극했다. 이전까지 블록체인 기술, ICO에 대한 간접적인 지원에 그쳤다면 빗썸 인수로 암호화폐 시장의 주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평가다. 실제로 김 회장 측에서는 빗썸 인수를 계기로 e커머스와 블록체인의 결합, 스테이블 코인 도입 등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직접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표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스테이블 코인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암호화폐와 실제 현물이 오가는 전자상거래의 접점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아왔다. 법정화폐 사용에 엄격한 제한이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도 기축 결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BK 그룹측은 싱가폴 1위 마켓플레이스인 큐텐을 포함해 다양한 O2O 업체들과 암호화폐를 이용하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특히 큐텐은 신현성 티몬 의장이 선보인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의 협력사이기도 해 양사간의 연계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BK 그룹에의 피인수를 계기로 빗썸이 어떤 변화를 맞이할지도 관심사다. 빗썸은 지난해만 해도 하루 최고 거래량 5조원을 돌파하는 등 전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가상화폐 거래소로 부상했지만 주주 구성이 불투명하고 거래 마이닝 등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하면서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달 중 홍콩에 선보일 탈중앙화 거래소인 빗썸 덱스 등을 통해 이미지를 쇄신하고 최신 기법을 적극 도입하는 계기로 삼을지 주목되고 있다.
[김용영 D.STREET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