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3 대책 이후 부동산 전망 ◆
3개월 전 설문조사 때 '3% 미만 하락'으로 답했다가 이번 조사에서 '3% 미만 상승'으로 시장 전망을 수정한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주택 공급이 워낙 위축된 데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고 판단해 시장 전망을 좀 더 긍정적으로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방송희 주택금융공사 연구위원은 "현재 집값이 오르는 곳은 신규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지역들"이라며 "정부가 계속해서 공급 확대보다 거래 억제에 주안점을 두는 이상 서울 집값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잇달아 규제를 내놓고 있긴 하지만 중장기적으론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시각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혼돈의 부동산 시장에서 '언제 어디에 집을 사야 하는가'라는 화두는 실수요자와 투자자에게 가장 큰 관심거리다. 매일경제가 진행한 부동산 시장 전망 설문조사에 응한 전문가 3명 가운데 2명꼴로 실수요자 관점에서 집을 사야 할 적기로 '내년'을 꼽았다. '내년 상반기'(31%)라고 답한 사람과 '내년 하반기'(37%)라고 답한 사람이 전체 중 68%나 됐다. '올해 하반기에 사야 한다'는 응답이 전체 중 18%를 차지해 그 뒤를 이었다.
이들이 내년을 매수 시점으로 보는 주된 이유는 '금리'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요인으로 '금리 인상'(38%)을 가장 많이 꼽았다. '대출 규제 지속 및 강화'(23%)나 '신도시 택지개발지구 등 공급'(18%)보다 큰 요인으로 본 것이다.
실제로 작년 말 이후 소강 상태에 있는 기준금리 인상의 불씨는 최근 다시 타오르는 분위기다. 연말에 금리가 인상되면 빚을 내 주택을 매수한 사람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부동산 시장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최대 변수가 금리"라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많은 만큼 시장 위축과 관망세가 길어질 것이고 집값이 하방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지난 1년간 서울을 비롯한 핵심지 집값이 지나치게 많이 올랐기 때문에 작게나마 한 번은 조정이 오지 않겠느냐는 기대심리도 있다. 그러나 매도자들 역시 올 하반기까지는 일단 상황을 관망하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보여 매물이 쉽게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올해 하반기 매수를 추천한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집값이 다시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되기에 실수요자로서는 한시라도 빨리 매수에 나서는 게 좋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시기를 묻는 설문에 "지금 당장"이라고 답해 즉각 매수에 나서라고 조언했다.
시장 전망이 좋은 지역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큰 이견이 없었다. 결론은 역시 서울이었다. 복수 답변이 가능한 이 설문에서 전체 답변 중 85%가 서울을 '향후 1년 주택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을 곳'으로 꼽았다. '지방광역시'라는 답변은 2%에 불과했고, '서울 제외 수도권'을 꼽은 사람도 10%밖에 안 됐다.
서울 내에서도 마포, 용산, 성동, 광진 등을 포함한 '서울 강북 한강변'이 34% 답변율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 그 뒤를 '강남4구'(23%)와 '종로·중구 등 도심'(13%)이 이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서울의 서남권과 동북권이 오히려 상승률로 보면 더 나을 것으로 전망한 전문가도 꽤 됐다. 강서·양천·구로·금천·관악 등이 있는 서남권과 흔히 '노도강'으로 불리는 노원·도봉·강북이 포함된 동북권은 각각 6% 응답률을 보였다.
결국 전문가들은 서울 핵심지로 꼽히는 강남4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투자는 여전히 유망하지만 수익률 측면에서 보면 현재 저평가돼 있는 서울 지역도 나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무주택자가 내 집을 마련하는 방법으로 전문가들이 내놓은 조언은 '아파트 청약'(87%)이 절대적이었다. 정부가 수도권 규제지역 내 추첨제 물량 중 75% 이상을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도록 해 무주택자의 당첨 확률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통제로 서울의 경우 분양가가 시세보다 30~40%가량 낮게 책정되고 있어 당첨만 되면 수억 원대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어 '시세가 저렴한 아파트 매입'과 '재개발·재건축 앞둔 주택 실거주 겸 투자'가 각각 6% 응답을 얻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금 능력만 갖추고 있다면 당장은 생활하기 불편하겠지만 재개발·재건축을 앞둔 주택을 매입해 실거주하는 것이 향후 재산 증식까지 고려했을 때 가장 나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 설문에 참여해주신 분들
강민이 모리빌딩 서울지사장, 강은현 EH경매 대표,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구명완 엠디엠플러스 대표,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 김규철 한국자산신탁 대표,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 김돈상 롯데건설 마케팅본부장, 김성제 코람코자산신탁 동향분석팀장, 김세원 내외주건 이사, 김연화 IBK기업은행 부동산팀장, 김치완 한국토지신탁 기획팀장, 김형근 NH투자증권 대체투자팀장, 김혜현 알투코리아투자자문 이사, 문관식 부동산 칼럼니스트,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 박은영 지지옥션 선임연구원, 박천규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 박희윤 HDC현대산업개발 개발운영사업본부장, 방송희 주택금융공사 연구위원, 백준 J&K도시정비 대표,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 손상준 도우I&D 대표,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송인호 KDI 연구위원,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차장, 심교언 건국대 교수, 안명숙 우리은행 WM자문센터 부장,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 유재기 공인중개사협회 이사, 윤지해 부동산114 책임연구원,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 이명수 미래에셋생명 부동산 수석 컨설턴트, 이상근 건설주택포럼 명예회장,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이준용 한국감정원 시장분석연구부장, 이창무 한양대 교수, 임성환 ABL(구 알리안츠생명) WM센터장, 임채우 KB국
[박인혜 기자 / 용환진 기자 /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