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따르면 2015년 체결한 차세대 엔진 국제공동개발 사업의 수익성이 내년부터 본격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업 투자비용은 생산량 증가에 따른 원가 개선과 규모의 경제로 올해 수준에서 더 이상 증가할 요인이 없다.
이 사업은 P&W(프랫앤드휘트니)와 RSP(Risk and Revenue Sharing Program) 형식으로 기어드터보팬(GTF) 엔진을 개발하게 되며 제작·생산에서 발생하는 매출과 이익을 나눠 갖는다. P&W는 미국 GE, 영국 롤스로이스와 함께 글로벌 민간항공기 엔진 시장을 80% 가까이 과점하고 있다.
이 사업처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은 초기 투자비가 비교적 높게 발생하지만 점차 이익이 크게 개선되는 구조다. 특히 항공기 엔진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고 제품 개발 주기가 길어 40년 이상 장기적 수익성이 확보된다는 평가다. 실제 GTF 엔진의 전 세대 엔진이라 볼 수 있는 V2500 엔진은 1987년 도입돼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RSP 투자비용에 따른 영업이익 하락을 겪어 왔다. 투자비용 전망 역시 불확실해 투자심리가 개선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내년부터 본격적인 투자비용 회수기로 접어들며 실적 역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실적이 내년부터 다시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올해 매출액은 4조4236억원으로 전년 대비 4.9% 늘어나지만, 영업이익은 668억원으로 19.4%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매출액 4조9290억원, 영업이익 1325억원으로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이란 예상이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9428억원이었던 엔진사업부 매출액 역시 올해 9730억원, 내년 1조1390억원으로 증가하며 2023년에는 1조417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올해 상반기 기록한 영업손실 196억원 역시 RSP 비용 450억원에 의한 것으로 이를 제외하면 254억원 흑자다.
성정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내년 RSP 비용이 올해와 유사한 수준이어도 엔진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어 전체 엔진사업부의 영업적자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 공장 증설분도 추가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내년부터 본격 양산이 시작될 베트남 신규 공장 건립을 통해 추가 수주 물량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2025년까지 항공기 엔진부품 사업 매출을 1조원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현 주가 수준 역시 RSP 계약에 의한 매출 전망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전날보다 1.59% 상승한 2만8800원에 마감됐다. 지난해 11월 장중 4만1650원을 기록한 뒤 32%가량 하락한 가격이다. 특히 올 4월과 6월 연달아 성사된 남북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 이후 주가는 급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현 주가가 남북 관계 해빙 무드에 따른 국방 예산 삭감에 대한 우려를 지나치게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국방부가 발표한 내년 국방예산안에 따르면 방위력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방위력 개선비 투자는 북한군이 아닌 러시아와 중국 등 주변 군사 강대국 수준에 맞춰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며 "군장비 현대화·기계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 점진적으로 증가할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박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