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행정수도'란 상징성을 지닌 세종특별자치시의 금고 운영권 제안서 접수가 이날 마감됐다. 현재 1금고를 맡고 있는 농협은행과 2금고를 맡고 있는 KEB하나은행은 물론, 기관영업을 확대하려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까지 제안서를 제출해 4파전 양상이다.
세종시금고는 지원 은행들을 심사한 후 순위를 매겨 1순위 은행에 1금고를, 2순위 은행에 2금고를 배정한다. 선정되는 은행들은 내년 1월 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4년간 금고를 운영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세종시금고는 예산 1조5000억원 수준으로 규모가 크지 않지만 연말까지 유치할 광역자치단체가 얼마 남지 않아 시중은행들 관심이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입찰에선 '지자체 금고의 강자'인 농협은행과 '중부지역의 강자'인 하나은행의 자존심 경쟁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은 지역 곳곳에 퍼져 있는 단위농협 네트워크와 지역사회 환원 등을 강점으로 오랜 기간 지자체 기관영업에서 우세를 보였다. 전국 234개 지자체 중 70%가 넘는 166곳 금고를 농협은행이 맡고 있다.
하나은행 입장에서는 세종시에 거는 상징적 의미가 작지 않다. 1998년 당시 충청은행을 인수 ·합병한 이래 대전·충청지역 영업에서 강점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치러진 예산 5조원대 규모 대전시금고 입찰에서도 1금고 자리를 꿰찼다. 함영주 하나은행장이 충남 부여 출신인 데다 2013년 충청영업그룹 부행장을 지내는 등 지역 연고도 있어 관심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거기다 올해 들어 기관영업 강화에 나선 국민은행, 상반기 서울시금고 1금고 영업권을 따내며 기세 몰이를 하고 있는 신한은행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연초 조직 개편으로 기관영업부서를 본부 단위로 격상한 뒤 영업을 늘리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예산 5조원 규모 제주도금고도 오는 26일 제안서를 마감한다. 현재로선 기존 영업권을 가진 농협은행과 제주은행(신한금융 계열), 국민은행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 광역자치단체 중에선 예산 6조원의 전라북도금고 입찰 공고가 곧 나올 예정이다.
이 밖에 경상북도 상주시, 강원도 인제군, 경상북도 경주시와 경상남도 창원시, 광주시 광산구, 전라남도 신안군 금고 유치전이 벌어지고 있고, 전라북도 익산시와 경남 거창군 공고도 예정돼 있다.
다만 연말이 다가올수록 지역금고 유치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자칫 출혈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올해 상반기 서울시금고 유치전에서 2000억~3000억원대 출연금 경쟁이 벌어지자 이후 다른 지자체의 출연금 기준선도 상향 조정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최근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는 '금고 유치전'을 둘러싼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