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2000년대 초반 사이에 조성된 테헤란로 일대. [매경DB] |
테헤란로는 노후된 빌딩이 많아지면서 최근 공실률도 높아지는 등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지어진 테헤란로 일대 상당수 빌딩이 최고 용적률 800%를 채운 상태로 지어졌기 때문에 재건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강남구가 서울시와 교감을 바탕으로 테헤란로 리모델링을 추진하자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밝힌 도심 오피스빌딩 리모델링 및 복합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 구상이 테헤란로에서 가장 먼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서울시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구는 최근 '테헤란로 지구단위계획구역 리모델링 활성화구역 추진을 위한 타당성 및 기본방향' 기술용역을 내년 발주하기로 하고 용역예산 확보 작업에 착수했다. 최근 사업 필요성에 대해 정리한 보고서를 작성해 내부 공람 절차를 마쳤다.
테헤란로는 삼성교~강남역사거리 3.7㎞ 구간으로 테헤란로제2지구와 종합무역센터주변지구를 합한 지구단위계획구역 면적이 총 95만9160㎡에 달한다. 일반상업지역과 3종일반주거지역 비율이 7대3으로 구성돼 있다.
2000년 전후 벤처 열풍의 주역으로 오피스빌딩이 우후죽순으로 세워졌던 테헤란로 일대는 전체 건축물 1404개 동 가운데 리모델링 대상 건축물(사용승인 후 15년 이상 경과)이 878개 동으로 62.5%를 차지한다. 용적률 800%를 초과하는 건축물 97개 동만 따져보면 59개 동(60.8%)이 리모델링 대상이다. 리모델링 활성화구역으로 지정되려면 해당 구역 안에 사용승인 후 15년 경과된 건축물 비율이 60% 이상이어야 한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테헤란로에 위치한 건축물 대다수가 지구단위계획 지침에서 정하는 허용 용적률 800%까지 개발이 완료돼 현재 상태에서 기존 건축물을 철거하고 신축하는 것은 경제성이 없다"면서 "소유자 측에서 기존 건물에 대한 리모델링을 하지 않고 방치하면 공실률 확대 등 슬럼화가 우려된다"고 리모델링 활성화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강남구의 테헤란로 일대 리모델링 활성화구역 추진은 서울시의 도심 오피스빌딩 복합개발 구상과도 맥락을 같이해 주목할 만하다.
앞서 박 시장은 지난달 30일 바르셀로나에서 "공실이 늘어나고 있는 도심 업무빌딩 내에 임대·분양주택을 만들어 중산층에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실무자는 "분양·공공임대를 포함한 다양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공실인 도심 내 업무용 빌딩을 리모델링하는 등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강남구는 6·13지방선거에서 지방자치제 시행 23년 만에 처음으로 진보 성향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순균 구청장이 당선됐다. 지방선거 직후 서울시는 지난 7월 실시한 4급 이상 인사에서 정유승 주택건축국장을 강남구청 부구청장으로 임명했다.
시는 또 7월부터 테헤란로 등 서울 주요 대로변(가로구역)을 대상으로 '가로구역별 최고 높이 재정비 용역'을 진행해 필요한 경우 최고 높이 상향도 검토하고 있다. 도심 업무용빌딩 리모델링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를 놓고 서울시와 강남구 간 사전 교감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정 부구청장은 "테헤란로 일대 리모델링 활성화를 강남구의 중점 신규 사업으로 계획하고 있다"면서 "최근 서울시가 밝힌 도심 복합개발 구상과 직접적으로 연계된 것은 아니지만 리모델링을 통한 주택 공급 방안도 같이 검토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리모델링 활성화구역 지정은 서울 종로구 돈의동 59 일대, 혜화·명륜동 성곽마을 일대, 중구 황학동 267 일대 등 4대문 안의
상업용도의 오피스빌딩 밀집 지역을 대상으로 리모델링 활성화구역이 지정된 사례는 없었다. 서초구가 지난 4월 서초동 법원단지 일대 리모델링 활성화구역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서울시와 사전 협의하고 있는 단계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