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차감한 것인데, 명목금리를 물가상승률 이하로 크게 낮추면 차입자들이 느끼는 실제 이자 부담이 줄어든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유럽중앙은행(ECB)이 실시한 정책이 그랬다. 양적완화를 실시하고 금리를 크게 내려 부채 부담을 낮추는 데 주력했다. 그런데 한동안 낮게 유지되며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을 줬던 실질금리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발언 이후 올라가기 시작했다. 실질금리가 상승한다는 것은 임금 상승으로 인한 소비 증가분, 자산가격 상승으로 인한 부의 효과보다 금리가 더 올라간다는 뜻이다. 이자 부담이 다시 올라가면 투자와 소비 위축으로 연결될 수 있다.
얼마 전 발표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보면 미국은 내년에도 기준금리를 세 번 이상 올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무역분쟁 확전 양상이 뚜렷해지고, 국내외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는데도 통화 긴축 발언 강도가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 회복 징후가 뚜렷했던 미국 경제도 최근엔 주택지표 둔화, 대중 수입 관세 부과로 인한 비용 증가로 탄력 둔화가 발견된다.
2000년 이후 실질금리가 올라가는 구간에서 시장은 어떤 형태로든 홍역을 치렀다. 특히 2013년은 연준의 갑작스러운 테이퍼링 중단 선언 등 통화 긴축이 주요 원인이었기 때문에 현 상황과 상당히 유사하다. 최근 연준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거세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중립금리 이상으로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 따라서 채권시장 안정이 확인될 때까지 주식시장도 급등락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결자해지 차원에서 중앙은행의 스탠스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실제로 한국 시장과 중국 시장은 얼마 전 인민은행 부행장 담화문 발표 후 안정세를 보였다. 중국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발표 이후 류허 중국 경제담당 부총리는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는 투자자들의 심리적인 변화 때문이고 경제 펀더멘털에는 이상이 없다고 발언하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이러한 인민은행의 발언을 금융시장이 어느 정도 신뢰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경기 둔화의 주범인 미·중 무역분쟁이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