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카드업계와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카드 수수료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에서 가맹점이 부담하는 카드 수수료 총액을 지금보다 3000억원가량 낮추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수수료를 3000억원 인하하려면 가맹점에 적용하는 카드 수수료율을 지금보다 23~25bp(1bp=0.01%포인트) 낮추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수차례 진행된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인해 현 정부 출범 이후 총 7000억여 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인하하기로 이미 확정돼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추가로 3000억원이 인하되면 수수료가 총 1조원 낮아지는 셈이다.
카드 수수료를 부담하는 가맹점으로서는 좋지만 카드사는 수익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1조원은 올해 상반기 국내 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 5조9543억원 가운데 17%에 해당하는 규모다.
정부가 카드사에 수수료를 추가로 줄이라고 요구하는 근거는 마케팅 비용이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카드사들이 대형가맹점에 마케팅 명목으로 제공한 비용은 총 2조8949억원이다. 같은 기간 카드사들이 이들 대형가맹점에서 받은 카드 수수료 4조53억원의 3분의 2가 넘는다.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감소해도 수익 구조에 영향이 없다는 것이 정부 측 논리다.
카드시장이 매년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근거다. 정부 관계자는 "2017년 카드 결제 규모는 788조원으로 2008년 384조원에 비해 2배 이상 성장했다"며 "이에 따라 카드사 경영 실적도 성장세이기 때문에 수수료를 인하해도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카드사들은 현재 수익·비용 구조하에서 수수료를 낮출 수 있는 한계가 0.14bp 정도라고 본다. 카드사 관계자는 "마케팅 비용을 절감해 수수료를 줄이는 건 가능하다"며 "하지만 정부 바람대로 3000억원을 한꺼번에 낮추려면 조달원가와 대손원가까지 뜯어고쳐야 하는데, 이들 원가는 금리 등 경제 변수에 따라 급변할 수 있어 쉽게 손댈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영세·중소상인 지원을 앞세운 정부가 카드 수수료 인하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수수료를 낮추기 위한 다른 방법으로는 중소가맹점 기준을 추가로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 연매출 3억~5억원 사이인 중소가맹점 기준을 3억~7억원 내지는 3억~8억원 정도로 늘리자는 것이다. 중소가맹점으로 분류되면 일반가맹점보다 저렴한 우대수수료를 적용받기 때문에 수수료 인하 효과가 있다.
여당에서 주장하는 체크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0.5~1.6% 수준인 체크카드 수수료율을 추가로 낮춰 가맹점 부담을 줄여주자는 것이다. 고객이 신용카드로 결제를 요구하면 가게 주인은 거부할 수 없도록 한 신용카드 의무수납제를 폐지·완화하거나 담배처럼 판매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품을 가맹점 매출액에서 빼주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해 당사자끼리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채택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미 확정된 수수료 인하 정책 중 대표적인 것은 카드 결제 시 승인·매입 업무를 처리해주는 밴(VAN)사에 지급하는 비용을
TF는 이 같은 내용을 종합한 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을 다음달 발표하고 내년 1월부터 시장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승훈 기자 / 김동은 기자 /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