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핀테크(Fintech)'.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이 생소한 단어가 전 세계인의 금융생활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핀테크는 정보기술(IT)을 적용해 간편하게 쓸 수 있는 금융 서비스를 의미한다.
지난해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킨 가상화폐를 필두로 인터넷뱅크, P2P대출까지 핀테크는 우리가 아는 모든 금융시장을 아예 다른 모습으로 바꿔놓고 있다. 이제 핀테크를 이해하지 못하면 똑똑한 재테크는 불가능하다. 이에 매경미디어그룹에서 핀테크 분야에 가장 도통한 기자 3인(정지성·오찬종·김진솔 기자), 일명 핀벤저스(핀테크+어벤저스)가 뭉쳐 독자들에게 정확한 정보와 혜안을 전달하기 위한 핀테크 파헤치기에 나섰다.
[핀벤저스의 핀테크 뽀개기-12] '새로운 산업은 필연적으로 법률 리스크에 직면한다'
스타트업들이 우후죽순 '블록체인 카드'를 꺼내들며 새로운 산업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법을 모른 채 무턱대고 뛰어들다가는 생각지도 못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심한 경우 법률의 높은 장벽에 가로막혀 서비스가 '원초적 불가 판정'을 받기도 한다. 고생 끝에 서비스의 깃발을 올리더라도 투자자 보호 등 법률적인 이슈와 맞닥뜨리는 경우도 많다.
플레이어들의 골칫덩어리는 역설적으로 변호사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됐다. 트렌드에 밝아 블록체인 지식이 빵빵한 데다 법률적 지식까지 갖춘 변호사들의 경우 몰려드는 일감이 감당 안 될 정도라고 한다. 자연스레 불록체인 전문 변호사를 꿈꾸는 예비 변호사들 역시 속속 찾아볼 수 있다.
실제 블록체인 회사들과 함께 일하는 변호사들의 생각은 어떨까. 빅펌의 블록체인팀 소속 변호사로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최우영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와 다소 규모는 작지만 블록체인 전문 로펌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법무법인 디라이트 대표를 만나 실제 블록체인 변호사들의 현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블록체인 업계 법률 수요 많아질 것…리스크 대비해야"-최우영 광장 변호사
↑ 최우영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사무실에서 기자를 만나 자신의 업무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광장 |
사법고시 패스 후 빅펌인 광장에 입사해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최우영 변호사는 자신은 정통 법학도가 아니라 '이과 출신'이라고 밝혔다. 공대 출신이었던 최 변호사는 친구의 꼬임(?)에 빠져 사법고시를 준비했고, 운좋게 합격했다는 다소 겸손한 대답을 내놨다. 공학 지식이 풍부했던 그는 빅펌 입성 후에도 자신의 지식을 십분 활용해 지식재산권을 담당했다.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들의 든든한 법률 파트너로서 활약하던 그는 자신이 몸담은 회사에 블록체인팀이 생기면서 합류하게 됐다. 광장에서는 최 변호사를 포함해 무려 20명에 달하는 변호사들이 오로지 블록체인 회사 관련 업무에만 집중하고 있다.
"기술에 대한 관심이 나를 블록체인 팀으로 이끌었다. 팀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거래소 관련 형사사건을 담당하고 있는데 기술에 대한 이해와 법률적 해석을 동시에 해야하는 경우가 많아 업무 강도가 낮지는 않지만 그만큼 보람차다."
그는 블록체인 담당 변호사의 경우 다른 분야 변호사와 달리 '선제적 역량'이 필요하다 강조했다. 아직 블록체인 업계의 업력이 길지 않기 때문에 모든 법무팀이 블록체인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만큼 위기관리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최 변호사의 생각이다.
"아직 법무팀이 안정화되지 않은 회사가 많다. 고객의 요청사항에 대해서만 의견을 주는 것이 아니라 미리 관련 쟁점에 대하여 선제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 성장하고 있는 고객을 맡은 만큼 같이 성장한다는 연대의식과 동반자식 마인드도 필요하다."
동시에 그는 블록체인 시장에 대한 맹신을 경계했다. 업계에 정통한 만큼 다양한 포트포리오의 투자를 하고 있을 거라는 기자의 예상과 달리 그는 "코인 투자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가상화폐의 상장, 가상화폐 시세와 관련하여 시장참여자들이 많은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생기는 백서도 많고, 일확천금을 원하는 업계 사람이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와 같은 오해를 블록체인 업계에서 자초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는 블록체인 업계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며 과거 2000년 초반에 인터넷 버블이 발생하였을 때도 마찬가지 분위기가 있었다. 신산업 분야에는 유사한 인식과 오해가 생기기 쉬운데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제도의 정비와 업계 사람들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점은 관련 법·제도의 미비에도 원인이 있으므로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을 세워 거래소가 지켜야 할 사항, 거래소가 하지 말아야 할 사항, 거래소가 해도 괜찮은 부분에 선을 그어 줄 필요성이 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묻지마식 ICO와 리버스 ICO에 대한 투자 역시 경계했다. 투자자들은 ICO를 실시하는 기업의 가능성을 누구보다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거처럼 ICO만 하면 성공하는 시기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장 가능성이 낮으면 ICO 성공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최근 검찰 수사로 대형 거래소들이 상장에 소극적인 점도 고려하여야 한다. 나아가 백서 자체부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있는 경우도 많아 리스크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백서상 사업모델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하고, 위험성을 충분히 고지해 진행해야 한다. 코인의 가치는 해당 사업이 성공하여 활성화된 생태계가 얼마만큼 만들어지느냐에 달려있다. 해당 블록체인 사업 자체의 장기 성장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장기 투자자가 모집되도록 하는 ICO가 장기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 것으로 생각한다. 블록체인 기술의 본질인 보안, 인증, 결제와 관련하여 시장의 니즈에 잘 대응하는 기업 역시 장기 성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스타트업 법률 자문의 길을 걷고자 하는 예비 변호사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예비 변호사들이 스타트업 법률 자문을 목표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게 보고 있다. 다만 경력 초기에는 무턱대고 필드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괜찮은 사무실을 찾아 실력을 배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큰 펌의 경우 역시 전문 법인처럼 업무가 세분화된 경우가 많아 오히려 전문 변호사로서 성장하는 데 발판이 된다."
◆"변호사들 고정관념 깨야 성공해…사회적 역할 커져"-조원희 디라이트 대표
↑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대표가 공유오피스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솔 기자 |
법무법인 디라이트를 방문하기에 앞서 기자는 사무실 주소를 재차 확인해야 했다.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넘쳐나는 일반적인 로펌 사무실 분위기를 생각했던 것과 달리 디라이트는 공유오피스인 한화생명 드림플러스에 위치해 있다. 대표의 단독 방조차 없는 구조였다. 조 대표를 포함해 약 13명의 변호사들이 일반 사무직 직원들과 구분 없이 3개의 방에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작은 기업들을 위한 대중적인 법률 서비스 회사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그들과 소통이 잘될 수 있는 곳에 사무실을 꾸렸다. 물론 독립 임대도 생각해봤지만 인테리어비 등 부차적인 것이 많이 들어 이곳을 선택했다. 후배들한테 불편하다는 일종의 컴플레인(?)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클라이언트들의 중심지에 있어 편리한 점이 많다. 당분간 사무실을 옮기지 않을 계획이다."
다소 독특한 형태의 법무법인을 이끌고 있던 조 변호사는 자유로운 조직 출신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전통적인 빅펌인 태평양에 약 17년간 몸을 담았다. 빅펌에서 그는 변호사인 동시에 변리사로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인문학부 출신이지만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변리사 자격증도 동시에 획득해 그에게 '신의 한 수'가 됐다. "기술이나 특허 쪽을 다루기 때문에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는 변리사 역할도 도움이 되긴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특허 이슈보다는 법률 이슈들이 많다. 따라서 변호사 역할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와 함께했던 스타트업들은 사무실 독립 후 든든한 동반자가 됐다. 아직 낯선 산업인 만큼 법률 자문을 요청하는 분야 역시 다양하다. 우리나라 증권 관련 규제에 저촉되는지를 묻는 기업부터 어떤 국가가 외국 진출에 더 적합하냐는 기업까지 소위 스트럭처에 대한 자문이 많다. 또 ICO 과정에서 작성하는 다양한 계약서들에 대한 자문이 많고, ICO 끝난 기업들의 경우 외환 신고나 다양한 후속 업무에 대해 묻는다,
"스타트업이나 기술 벤처나 합리적인 비용으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한다. 성장하는 회사들인 만큼 자문료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이 분야에서 명성을 쌓아 좋은 고객들을 많이 확보하면 장기적으로 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을 처음 할 때만 해도 알음알음 주변 변호사한테 물어보는 경우가 많은데 더 성장하게 되면 내가 만나는 변호사가 내가 필요로 하는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대형 로펌의 경우 업체에 대한 리스크도 있고, 산업에 대한 리스크도 있고 하니까 소극적으로 고객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의 경우 그렇지 않다."
로펌을 오픈한 초창기에는 스타트업들이 새로 비즈니스를 하면서 ICO를 하는 팀들이 주 고객이었다. 이들을 위해 조 대표는 자체 ICO 가이드를 발간해 통 크게 자사 온라인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돈과 관련된 분들은 이 시장으로 들어오다 보니까 사기꾼 같은 분부터 다단계를 하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ICO의 개념조차 모르고 진행하려고 하는 팀들이 너무 많았다. 먼저 나서 ICO가 어떤 법적 절차를 받고 어떤 리스크가 있는 것도 알려서 시장에 뭔가 건전한 질서들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가이드를 발간했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조 대표에게 블록체인 전문 로펌의 길을 가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이 보편화될 기술이 아닐 수도 있지만 트렌드 중에 하나로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블록체인을 하고 싶어하는 변호사들은 많이 있는데 이것도 의외로 진입장벽이 높다. 법률 지식과는 별개로 업계의 용어나 기술을 알아서 대화가 되는 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한 산업에 금융업, 지식재산권, 상법, 외환 국외 투자, 제반 이슈들이 많다. 일반 변호사들은 국외 딜은 안 해본 경우도 있는데 영어도 잘해야 하고 유연성이 필요하다. 또 변호사로서 호기심, 기술에 대한 열린 마음도 중요하다."
그는 블록체인 생태계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블록체인을 활용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무엇보다 블록체인 생태계가 빨리 성숙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규제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까 회사들이 외국으로 나가는데 우리나라의 스타트업들이 체질을 글로벌하게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정부에서 시장을 규제하는 관점보다는 시장을 조성한다는 관점에서 관련 정책을 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변호사 후배들에게 "변호사의 업무 범위를 전통적인 분야로 한정 짓지 말고 넓게 보라"고 조언했다. 특히 법과 비즈니스를 같이 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로스쿨 졸업생들이 대형 로펌을 선호하고 정 갈
[김진솔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