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이달(10월 1~26일) 5대 은행 주식 67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기업은행(369억원)을 가장 많이 매입했으며, 신한지주(161억원) 하나금융지주(64억원) KB금융(51억원) 우리은행(32억원) 순으로 매수 규모가 컸다. 이 덕분에 은행주는 26일 코스피가 2027.15까지 무너진 상황에서도 상승 또는 약보합으로 마감했다. 기업은행은 전날보다 무려 3.45% 오른 1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기관이 은행주를 사들이는 이유는 하락장 속에서도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은행주가 혜택을 볼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증권업계 분석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대출 수익이 늘어나 순이익마진(NIM)이 확대된다.
최성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은행주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며 "은행주가 배당률도 높아 적어도 지수 대비로는 수익률이 좋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저평가 매력도 주목받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이번 3분기 시장 컨센서스(전망 평균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평균 PBR가 0.5배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기업은행(0.50배) 하나금융지주(0.50배) 우리은행(0.53배) KB금융(0.60배) 신한지주(0.63배) 모두 절대적 저평가 구간이다. PBR가 1배 미만이라는 것은 회사가 가진 자산을 다 팔고 사업을 청산했을 때 가치보다 주가가 낮다는 뜻이다. 앞서 KB금융(2조8688억원) 우리은행(1조9034억원) 기업은행(1조4603억원)은 3분기 누적 순이익 기준으로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삼성증권은 "현재 은행주 주가는 모든 악재를 반영하더라도 과도하게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부 은행은 수익을 바탕으로 연말에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 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은행주 평균 4.5%에 달하는 배당수익률도 투자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 고배당주는 수익률을 방어하는 효과가 있어 하락장에서 주목받는다. 특히 은행주 배당수익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경기 방어주'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올해 배당수익률은 5.2%, 내년은 5.7%로 예상된다. KB금융 배당수익률은 올해 4.3%에서 내년 4.6%, 하나금융지주 배당수익률은 올해 4.4%에서 내년 5.0%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업계를 짓눌렀던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 리스크도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책은 은행의 가계대출을 옥죈다는 점에서 성장성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됐다. 최성욱 연구원은 "대출 규제로 은행 성장성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성장률 둔화 폭은 1~2%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부동산 대책 악재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은행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되는 점도 국내 은행주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은행주는 글로벌 동행성이 강해 미국 은행주가 오르면 한국도 오르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미국 대형 은행 웰스파고는 '미국 은행주에 올인'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등 대
삼성증권은 "금리 인상에 따라 은행 수익이 높아지면 내년에도 시장 컨센서스 대비 높은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며 "실적 개선 폭이 높을수록 은행주 디스카운트(저평가)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의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