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까지 코스피는 14.65%, 코스닥은 22.88%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코스피+코스닥)에서만 289조원이 증발했다. 외국인이 4조5000억원어치 주식을 던지는 동안 국내 증시는 속수무책 무너졌다. 지난 11일 하루 만에 지수 98.94포인트(4.44%)까지 떨어졌던 '대폭락'이후 전일에는 1996.05에 코스피가 마감하면서 심리적 방어선으로 여겨지던 2000선마저 무너졌다. 증시가 2000아래로 떨어진 것을 지난 2016년 12월 7일 이후 22개월만이다.
유례없는 코스피 폭락에 시장이 요동치자 금융당국은 대폭락 사태 이후 20여 일 만에 긴급 점검회의를 소집했다. 전일 오전 금융위원회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와 금융투자협회와 각 증권사 및 운용사 사장단이 참석한 '자본시장 점검회의'가 연달아 열고 국내 주식시장 변동을 집중 점검하기로 약속했다.
당국은 코스닥 스케일업(성장지원) 펀드를 3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추가로 2000억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를 조성하는 등 5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통해 시장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이밖에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와 연기금에 주식투자 적극 요청 등 안정화 대책을 내놨다.
한국거래소 역시 유가증권시장 본부장이 이끌고 12개 유관부서 실무진이 협동하는 '시장점검 실무반'을 구성해 증시가 급락장에서 안정을 찾을 때까지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미 코스피 등 주요 지표들이 바닥을 기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뒷북 정책인 데다 투자금액 또한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증권 시장의 하루 거래량이 10조 원을 오가는 것을 고려하면 의미있는 숫자는 아니라는 얘기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대책으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면서 "실시간 점검이나 약세장에서 투기세력 감시 강화 등은 그야말로 형식뿐인 해결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관투자자 대표와 증권사 관계자들이 참석해 열린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
실제 당국의 미비한 후속조치에 실망한 개인 투자자들은 이날 외국인 매도의 2배 가까운 3583억 원어치를 내다 팔며 위축된 투자 심리를 그대로 드러냈
증권사 연구원은 "시장 활성화 자금을 5000억원 이상 조성해 투입하는 것 만으로 투자 심리가 살아나긴 힘들 것"이라며 "당국이 시장 투자자들에게 심리적으로 안도감을 주려는 시도는 긍정적이지만 증시를 드라마틱하게 반전을 주긴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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