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년만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
특히 내년까지 신도시 조성 등으로 쏟아지는 토지보상금만 30조원이라 해당 자금이 토지 시장으로 다시 흘러들 것이란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3분기까지 전국 땅값이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하는 등 주택 시장이 각종 규제로 묶이면서 개발 재료가 있는 토지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공시가격을 올리는 무리한 정책을 공언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 된다. 그래서 시장에선 정부가 투기를 방지하겠다는 의도와는 별도로 정부의 무리한 규제가 또 다른 규제를 부르고 역효과가 계속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매일경제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을 조사한 결과 광명 등 6개 지역의 개발제한구역 내 토지 거래는 '공공택지 발표' 시기를 전후해 심하게 출렁였다. 예를 들어 시흥시 하중동은 올해 1~6월만 해도 한 달 평균 15건 안팎으로 거래됐지만 8월 39건까지 급증하더니 9월 32건, 10월 33건으로 계속 수요가 몰리고 있다.
특히 이들 거래 상당수가 완전한 필지가 아닌 '지분' 형태로 거래된 점이 눈에 띈다. 거래 금액이 큰 토지 특성상 개발 호재를 노리고 수요자들이 땅을 '쪼개서' 매매한 후 시세차익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통상 기획부동산들이 미리 땅을 매입했다가 개발 정보를 앞세워 특정 시기에 지분 형태로 땅을 많이 판다"고 설명했다.
일부 지역에선 9월 이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현상도 나타났다. 시흥시 하중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평(3.3㎡)당 시세가 150만~200만원이었는데 요즘 일부 땅 주인들이 1000만원까지 가격을 높여 부른다"며 "매수자들도 가격이 너무 높아 선뜻 따라붙지 못하는 등 시장 전체가 불안하다"고 말했다. 광명시 하안동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9월 이후 거래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하지만 매도자가 가격만 높이고, 팔겠다는 의지는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도시 개발 등으로 나올 토지보상금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내년까지 쏟아지는 금액이 30조원인데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3기 신도시 지정 계획에서 후보지를 서울과 인접한 지역으로 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후보지로 거론된 지역은 광명, 과천, 하남 등으로 최근 땅값이 급등한 곳이다.
문제는 과거 사례를 감안할 때 앞으로 풀릴 보상금이 대부분 같은 지역 부동산 시장에 다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6년 토지보상금 29조원 가운데 11조원(37.8%)이 부동산 거래에 쓰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과거 정부에서도 토지보상금을 통해 인근 지역에 재투자가 늘어나면서 부동산 가격이 뛰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며 "이번 정부에서도 신혼희망타운, 3기 신도시 등 예정지 주변 땅값과 집값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수도권 공공주택지구가 이번 3만5000가구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30만가구가 계속 발표된다"며 "이와 관련해 땅값이 오를 수 있다는 기대심리를 사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지나친 규제일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택지가 발표된 이후 토지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한 조치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필요했던 부분"이라면서도 "다만 개인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고, 거래를 막는 것이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 어떤 방향이든 비정상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진단
[손동우 기자 /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