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 푸르지오, 힐스테이트, 더샵, 자이, 아이파크, 캐슬 등은 국내 아파트 브랜드들이다. 2000년 3월 삼성물산이 서초극동아파트 재건축에 ‘래미안’이란 주택브랜드를 처음 사용한 이후 현재는 중견건설사들조차 자사의 독자적 주거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브랜드에는 기업 고유의 문화와 핵심 가치가 담겨 있고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제품의 성능에 우선하고 있다. 에르메스, 샤넬과 같은 명품 가방이나 롤스로이스, 벤틀리와 같은 명차들은 ‘위버 럭셔리’(uber luxury)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두터운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3년 전 배출가스 조작으로 홍역을 치뤘던 폭스바겐이나 올 여름 주행 중 화재로 휘발유보다 불에 잘 탄다는 ‘비엠더불유’라는 조롱을 받았던 BMW도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고 있다. 할리데이비슨은 일본이나 독일의 오토바이보다 성능면에서 뒤쳐진다는 평을 듣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매니아층을 갖고 있다. 이처럼 과거와 다르게 소비자들이 제품의 기능적 속성 보다 브랜드 가치를 우위에 두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근래 신축되는 아파트 단지를 보면 브랜드 가치를 쉽게 포기하는 작명이 두드러져 안타까운 기분이 든다. 특히 컨소시엄 사업단을 구성해 여러 건설사들이 참여할 경우 시공사들의 브랜드를 줄줄이 붙여 ‘DMC 파크뷰자이’, ‘수원 센트럴아이파크자이’와 같이 쓰거나, 아니면 ‘도곡 렉슬’, 헬리오시티’처럼 전혀 새로운 이름을 만들기도 한다. 컨소시엄을 통해 새롭게 탄생한 단지들은 새 아파트의 장점과 각종 편의시설을 잘 갖춰 초기엔 경쟁력이 있어 보이지만 참여 시공사들의 브랜드 가치가 고스란히 담겨 있지 않아 회사 고유의 ‘단일 브랜드’에 비해 불리한 점이 몇가지 있다.
↑ [반포지구 부동산에 르네상스를 불러 온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전경] |
우선, 컨소시엄 단지들은 건설사의 브랜드 관리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비강남권이나 수도권, 지방 단지일수록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단일 브랜드를 적용할 수 없는 컨소시엄 사업은 소위 ‘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단지’로 분류되 시공사의 랜드마크 전략보다 안정적 수익 확보의 통로로 활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또한 컨소시엄의 경우 ‘입주관리 서비스’나 ‘하자 보수 서비스’ 등 건설사마다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고객만족서비스’의 운영 노하우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적당히 수위조절을 하거나 단지 고객들을 대상으로 문화강좌, 교육, 공연 등을 할 경우 컨소시엄 단지 입주민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어 ‘고객차별’ 논란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이름은 존재의 집이다”라고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가 말했다. 건설사간 치열한 경쟁 속에 아파트의 기능적인 장점이 점차 비슷해지는 상황에서 아파트 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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