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의료자문 결과를 사실상 보험금 감액이나 지급 거부 기준으로 악용하는 가운데 이 같은 '보험사 자문의 제도(이하 자문의 제도)'에 대한 효력을 인정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돼 논란이 일고 있다.
보험사는 보험금 분쟁 시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 자료만으로 질병 등의 소견을 확인하는 자문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자문 비용은 보험사가 지급하며 건당 30만~50만원 수준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은 보험사가 의료 자문 결과를 근거로 가입자에게 줄 보험금을 감액하거나 거부할 때 해당 자문 기관이 가입자를 직접 면담·심사하도록 의무화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의 취지만 보면 보험사와 가입자 간의 보험금 갈등이 있을 때 기존 자문의 제도 대비 가입자에 유리할 법하다.
하지만 해당 제도가 보험사 입맛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하면 되레 가입자 발목을 잡는 '개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보험사는 보험금 분쟁 시 가입자가 제출한 주치의 진단서 내용을 인정하지 않고 대신 보험사 자문의 소견을 제시하며 보험금을 깎거나 지급하지 않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 한 해 보험금 분쟁으로 보험사가 의뢰한 의료 자문은 7만7900건이었으며 이중 절반에 가까운 49% 수준인 3만8369건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 "현 자문의 제도의 운영 실태를 감안할 때 보험업법 개정안은 가입자 발목을 잡는 법안이고 보험금 도둑질을 합법화해 주는 입법"이라며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가뜩이나 보험사 입장에 유리하게 자문의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데 이태규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약관에도 근거가 없는 보험사 자문의 소견에 대한 법적 효력까지 인정해주는 셈이어서 가입자에게 이로울 게 없다는 것이다.
오 국장은 또 설사 이 법안의 장점인 면담·심사를 십분 활용한다 해도 의료관련 지식이 거의 없는 가입자가 보험금 분쟁 시 보험사 자문의를 상대로 설득에 나선들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때문에 보험금 분쟁 발생 시 보험사와 가입자가 합의한 종합병원(제3자)의 의견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는 '생명보험 표준약관'의 사실을 가입자에게 널리 알려주고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보다 설득력을 얻고 있다. 관련 약관에 따르면 보험사가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데, 이런 점 때문에 보험금 분쟁 시 보험사가 가입자에 해당 약관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생명보험 표준약관 제4조(보험금 지급에 대한 세부규정) 9항을 보면 보험수익자(가입자)와 회사(보험사)가 제3조(보험금의 지급사유) 제3호에서 제5호의 보험금 지급사유에 대해 합의하지 못할 때는 보험수익자와 회사가 함께 제3자를 정하고 그 제3자의 의견에 따를 수 있다. 아울러 제3자는 의료법 제3조(의료기관)에 규정한 종합병원 소속 전문의 중에서 정하며 보험금 지급사유 판정에 드는 의료 비용은 회사가 전액 부담한다.
한편, 보험사 자문의 제도와 관련 김창호 국회입법조사처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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