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를 위해 2014년 해체됐던 우리금융지주가 지난 7일 금융위원회에서 새롭게 설립 인가를 받았다. 정부 지분을 줄이고 과점주주 체체로 주인이 바뀐 민영 우리금융지주가 탄생하는 것이다. 내년 초 출범을 앞둔 우리금융 초대 수장으로는 손태승 현 우리은행장이 내정됐다. 출범 초기 조직을 안정시키고, 지주와 은행 간 연계가 필요한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2020년 3월까지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동시에 맡으면서 지주사의 큰 그림을 그리는 작업에 들어가야 하는 손태승 회장 내정자는 "비은행 부문을 확대하고 안정적으로 지주사를 구축해 명실상부한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주사 조직은 어떻게 꾸리고 있나.
▷지주사 조직은 소수 정예 전문가 조직을 지향하고 있다. 현재 80명 수준으로 지주사 전환 태스크포스(TF)를 꾸렸는데 이 정도 인원이 지주사 초기 근무 인원이 될 것이다. 지주사에는 계열사 관리와 전략, 재무, 홍보, IR 등 부문을 두고 운영하게 된다. 추후 비은행 계열사가 확충되면 시너지와 글로벌, 디지털 등 분야로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조직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과거 지주회사 운영 경험을 토대로 경쟁력 있는 조직을 구축해 운영하려고 한다. 또 겸직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지주사·은행 간 유기적인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조직 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임원 규모도 최소화하려고 한다. 부회장이나 사장을 별도로 두지 않고 부사장급 이하로 4~5명 정도만 둘 예정이다.
▷은행은 은행법 적용을 받아 출자한도가 20%로 제한되어 있다. 하지만 금융지주는 출자 제한이 없고 레버리지(차입 등)를 통해 자기자본 대비 130%까지 출자가 가능하다. 따라서 현 은행 체제에서 1조2000억원인 출자한도가 지주사로 전환되면 8조8000억원으로 확대된다. 7조원 이상 실탄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얘기다. 출자 여력이 늘어나면 증권과 자산운용, 부동산신탁 등 수익성 높은 비은행 금융회사들을 다양하게 인수할 수 있게 된다.
―당장 대형 M&A도 가능한가.
▷아쉽게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는 문제 때문에 내년은 쉽지 않다. BIS 비율은 자기자본 대비 위험가중자산 비중으로 계산한다. 위험가중자산은 보유 자산에 위험가중치를 곱한 값으로, 위험가중치가 높으면 자본비율이 떨어진다. 위험가중치는 금융회사 전체 표준치인 표준등급법과 해당 은행 자체적인 특성을 반영한 내부등급법에 따라 달라지는데, 내부등급법을 쓰면 위험가중치가 떨어진다. 관련 법령에 따라 지주사로 전환할 때 우리은행은 현재 내부등급법인 위험가중치 계산을 표준등급법으로 바꿔야 한다. 단순한 평가 방식 변경만으로 우리은행 BIS 비율은 9월 말 현재 15.8%에서 12.0%로 3.8%포인트나 떨어진다. 내부등급법을 다시 적용받으려면 내년 재무제표가 확정된 2020년 3월 이후에나 금융감독당국과 논의할 수 있다. 당장은 지주 차원에서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를 발행해 BIS 비율을 올릴 계획이다.
―비은행 계열사 확대 방안은.
▷고객 수요와 그룹 내 시너지 효과, 수익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선순위를 정하려고 한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것이 목표다. 지주사 전환 후에는 우선적으로 자산운용사와 부동산신탁, NPL(무수익여신) 투자, 캐피털, 저축은행 등 작지만 수익성 높은 회사를 인수하려고 한다. 중·장기적으로 증권사와 보험사 등을 인수해 그룹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전에 보유했던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은 지주사 전체에 큰 시너지 효과를 줬다. 증권사 인수는 당초 계획보다는 속도를 더 내려고 한다. 캐피털과 저축은행은 지난해 펀드를 통해 아주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에 투자를 했다. 내년 7월에 펀드가 만기인데 시점을 봐서 지주사에 편입시킬 계획이다.
―타 지주와 비교해 우리금융의 강점은.
▷우리금융은 국내 최초 금융지주회사다. 우리는 이를 설립해 성공적으로 운영해 본 경험이 있는 인력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남들과 다르게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면서 지주사 체제를 안착시킬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은 전통적으로 기업금융에 강점을 보유한 데다 광범위한 소매영업 기반도 갖추고 있다. CIB(상업은행+투자은행) 영역에서 다른 계열사와 시너지를 창출할 부분이 많다. 국내 은행 중 최다 국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등 글로벌 부문에도 강점을 갖고 있다. 이를 활용해 은행·비은행 상호 동반 진출과 공동 영업 등 글로벌 사업 확대가 수월할 것으로 본다.
―지주사 해체 후 다시 전환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금융 환경이 변화하면서 개인과 기업 고객들은 원스톱 서비스를 원한다. 은행에 와서 은행 서비스뿐만 아니라 증권, 보험, 자산운용 등 서비스도 함께 받고 싶어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은행 서비스 강화가 필요한데 은행만으로는 출자한도에 제약이 있어서 어려웠다. 이제 지주사로 전환해 증권, 자산운용, 부동산신탁 등 수익성 높은 다양한 업종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궁극적으로 기업 가치 증대로 이어질 것이고, 아직 우리은행 지분 18.43%을 갖고 있는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 내 소명은 자랑스러운 금융지주 만들어 후배 물려주는 것
늦깎이 행원, 열정으로 이자리에…경청하는 덕장으로 기억되고파
▷우리은행은 1899년에 고종 황제 내탕금을 자본금으로 삼아 세워진 대한천일은행이 전신이다. 내탕금은 황제 비자금 성격의 돈으로 청와대 특수활동비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내탕금과 민족 자본이 함께 해서 설립된 민족은행이다. 현재까지 이어온 120년 저력을 기반으로 앞으로 120년도 경쟁력 있게 생존할 수 있도록 기틀을 잘 닦겠다. 우리은행도 앞으로 수백 년, 아니 1000년을 가는 은행으로 만들고 싶다.
―늦깎이 은행원으로 유명한데.
▷사법시험을 준비하다가 서울대 법학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입행해 동료들보다 나이가 두세 살 많다. 부모님이 은행에 취직하라고 권유하셨던 것이 입행하게 된 계기가 됐다. 늦게 입행했지만 동기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영어 실력은 기본이라고 생각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 덕분에 요즘도 국외 IR를 나가면 외국인 투자자들과 영어로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한다. 항상 열정을 갖고 일했고, 동료나 상하 간에 잘 어울리면서 소통하려던 태도도 은행 생활에 도움이 됐다. 늦게 신입행원이 되었지만 44세에 은행 전체의 큰 그림을 그리는 최연소 전략기획부장을 4년간 맡았다. 은행장과 지주사 회장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실력, 열정, 소통하려는 노력 덕분이라고 본다.
―개인적 좌우명은.
▷제조업은 기술이 중요하지만 금융은 사람이 핵심이다. 직원들과 소통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귀를 씻고 공손하게 듣는다'는 뜻인 '세이공청(洗耳恭聽)'을 소통의 기준으로 삼고 여러 사람 말을 경청하고 있다. 은행장 취임 후 4500㎞를 이동하며 전국 곳곳 영업점을 방문했다. 여러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고 직원 화합을 통해 최대의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훗날 후배들에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
▷32년간 은행원으로 일하면서 멀리 내다보고 소통하는 리더가 되려고 노력해왔다. 리더라면 실력과 열정은 기본이고 여기에 혜안과 포용력 그리고 소통이 있어야 한다. 과거에는 지장(智將)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는 덕장(德將)이 되려고 한다. 은행장 취임 후 특히 소통을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은행 후배들에게 자랑스러운 금융지주를 만들어서 물려주고, 그들이 첫손으로 꼽는 존경받는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지주사 출범을 앞두고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더 좋은 은행을 만들겠다는 직원들의 소중한 열정이 있었기에 지주사 전환이라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모든 출구는 어딘가로 향하는 입구'라는 영국 시인의 말처럼 지주사 전환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우리금융지주가 설립된 후 정상 궤도에 오를 때까지 직원들의 더 많은 도전과 열정이 필요하다. 지난 120년 세월 동안 대한민국 금융을 이끌어온 우리은행이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는 데 있어서 그 주인공이 바로 우리은행 구성원이라는 생각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 손태승 회장 내정자는…
△1959년 광주광역시 출생 △전주고, 성균관대 법학과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 석
[대담 = 김대영 금융부장 / 이승훈 기자 / 정리·사진 = 김재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