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양원가 공개논란 ◆
↑ 서울 은평뉴타운 전경. [매경DB] |
원가 공개를 비판하는 여론의 가장 큰 배경은 '땅값'과 '실효성'이다. 2~3년 전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대였던 '땅값'이 최근 50%를 넘기는 등 분양가 상승의 핵심 요인은 땅값이다. 그런데 정작 '땅장사'(토지공급)를 하는 정부가 제 머리는 깎지 않으면서 효과도 크지 않은 민간의 '영업비밀' 공개를 강요하고 있다는 논리다.
실제 2006년 뉴타운 최초로 분양원가 공개를 결정한 '은평뉴타운' 사례를 통해 분양원가 공개 제도의 허와 실을 따져본 결과, 당시 전격적인 분양원가 공개에도 불구하고 땅값 상승 때문에 결국 분양가 인하효과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시절 뉴타운으로 지정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완공한 이 단지는 1만5000가구 규모 미니 신도시급으로 2006년 9월 공급계획 발표 때부터 입주 때까지 분양가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 서울시가 발표한 분양가는 전철역에서 가장 가까운 1단지가 3.3㎡당 1500만원 수준. 인근 아파트 단지 분양가가 3.3㎡당 700만~800만원 선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시민단체와 야당의 비판에 대해 당시 오 전 시장은 '원가 공개' 카드를 꺼내들었다. 시가 공개한 분양원가는 가장 저렴한 84㎡형이 3.3㎡당 1151만원, 214㎡형이 3.3㎡당 1446만원 수준이었다. 건축비는 3.3㎡당 515만∼560만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그러나 되레 '건축비가 부풀려졌다' '분양가를 먼저 정한 뒤 항목을 짜 맞췄다'는 등 역풍만 맞았다.
오 전 시장은 결국 후분양제를 적용해 분양 시점에 분양원가를 다시 공개하기로 했다. 2007년 말 다시 공개된 은평뉴타운의 건축비 인하폭은 공개 전과 비교해 겨우 2.9% 수준이었다. 분양가는 3.3㎡당 937만7000~1348만6000원으로 평균 2.3% 낮아졌다.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분양가를 20~30% 이상 낮춘다는 시민단체 주장은 허상으로 드러났다.
당시 시공에 참여한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건비·자재비 등 고정비용을 어떻게 대폭 줄일 수 있겠느냐"며 "결국 용적률을 높여 땅값을 낮추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내렸고 자재비·인건비도 너무 쪼이다 보니 결국 주택 품질만 희생됐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은평뉴타운은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맞았다. 주택경기 침체에 "원가 아끼려고 저품질 모래를 썼다" "외국인 인부를 써서 마감이 부실하다"는 입주자 민원이 쏟아지고 겨울에 '결로' 현상이 잇달아 '이글루타운'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은평뉴타운 분양가가 발표된 2006년 9월부터 2007년 9월까지 1년간 은평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13.26%나 상승했다. 분양가가 3억원 중반대였던 은평뉴타운 84㎡형 아파트 실거래 평균가는 8억원을 넘겼고, 분양가가 2억원 초반대였던 59㎡형도 6억원 중반대에 호가가 형성되고 있다. 분양원가를 공개했음에도 여전히 주변 아파트 평균 시세보다 비싸고 주변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분양가 '거품'도 빼고 진짜 집값을 잡고 싶다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정부가 판매하는 땅값부터 내려야 한다고 업계와 전문가들은 강하게 비판한다.
매일경제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운영하는 주택정보포털(HOUSTA)을 분석한 결과, 2~3년 전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불과 30%대였던 '땅값'이 작년 말 5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4분기 '분양가 중 대지비 비율'은 전국 기준 52%를 기록했다. 2016년 4분기 36%에서 16%포인트나 급등한 것이다. 이 수치는 전국 분양 아파트 입주자 모집공고에 나온 땅값과 분양가를 기초로 계산됐다. 건설업계에선 올 들어 공공택지에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아파트 가격을 살펴보면 '땅값 비율'이 60% 가까이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