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동부제철 감사의견 `한정`…회계악재 불거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동부제철이 올 3분기에 외부 회계법인으로부터 다소 부정적 감사의견을 받으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될 처지에 빠졌다. 특히 KAI는 과거 분식회계로 거래가 정지되는 우여곡절까지 겪은 전력이 있는데 이번 감사의견에 따라 해외 수주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14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AI는 외부감사인 한영회계법인으로부터 올 3분기 재무제표에 대해 '한정' 의견을 받았다.
한정 의견은 감사 범위가 제한되고 회계기준 위반 사항은 있었지만 '부적정' '의견거절'까지 갈 수준이 아닌 경우 제시된다. 중요한 회계기준 위반이나 기업 존립에 의문이 들 정도의 심각한 문제가 있진 않지만 일부 회계기준에 미달됐다는 뜻이다.
KAI 감사인인 한영회계법인 측은 "재고자산 및 매출원가, 차입원가 자본화 등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위해 충분하고 적합한 증거를 제시받지 못했다"며 "이에 따라 당 분기(3분기) 재무제표의 구성요소에 관해 수정이 필요한지를 결정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KAI 측은 시스템 개정과정에서 일어난 일시적인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KAI 관계자는 "올해 ERP(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를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일부 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오류가 발생해 감사법인 측에서 한정 의견을 받게 됐다"며 "4분기까지 이 같은 문제를 수정해 적정의견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 전했다.
통상 반기나 연간 보고서의 경우 외부감사인의 '한정' 의견은 거래 정지 사유가 된다. 통상 하루 거래가 정지되고 관리종목 지정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해당 법인이 직접 작성하는 1분기나 3분기 보고서의 경우 부정적 감사의견이 나왔더라도 이 같은 주식거래 정지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
문제는 해외 수주 성적이 중요한 이 종목에 대한 신뢰성이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해외 수주의 경우 해당 업체의 신뢰도가 중요한 잣대가 되기도 하는데 이 같은 회계 의견이 나오면 수주에는 지장이 있게 된다"고 말했다.
KAI 투자자들도 불안감에 휩싸이게 됐다. 작년 10월 이 종목은 분식회계를 이유로 거래가 5거래일 동안 정지되는 우여곡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당시 KAI는 분식회계 등 경영비리로 전·현직 경영진이 무더기로 기소됐다. 그러나 상장폐지 요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거래소의 판단에 따라 주식거래는 일주일 만에 재개됐다.
이 종목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913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적자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 상태가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적자 상태 지속이란 실적에다 감사의견 '한정'까지 나오면서 당분간 투자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종목 주가는 올 들어 이날까지 31.3% 하락했다.
동부제철 역시 감사의견 '한정'이란 악재에 직면했다. 외부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에 따르면 이 업체에 대해 기업 개선 작업과 기업의 연속성 측면에서 중요한 불확실성이 포착됐다며 이 같은 의견을 냈다. 구체적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업계에선 이 종목이 지속적인 실적 악화와 재무구조 불안정성 때문에 이 같은 의견이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이 업체는 118억원의 적자로 전환했고 올 3분기에도 영업이익이 16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96억원) 대비 82.9% 감소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2862%에 달한다.
[문일호 기자 /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