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벽면 한가득 급매 정보가 붙어 있지만 매수자들이 나서지 않아 한산한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소 전경. [이충우 기자] |
2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거래는 2500건 남짓이다. 일평균 120건 정도 거래된 것인데, 이 추세대로라면 연중 최저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11월 한 달간 신고된 거래가 4000건이 채 안 될 수 있다. 올해 들어 가장 거래신고가 적었던 달은 4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시행의 여파를 받은 6월의 4751건이었다. 9·13 대책으로 대출이 막히고, 세금에 대한 압박이 거세졌지만 파는 쪽도 버티기에 들어갔고, 사는 쪽도 관망세로 들어가면서 '거래절벽'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신고된 몇 건의 거래도 양극화가 나타나며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정부는 작년부터 1차적으로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꼽힌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타깃으로 했다.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작년 8·2 대책 발표 후 잠시 주춤했다가 올해 들어 회복하며 도리어 가격이 치솟았지만, 9·13 대책 이후 호가는 물론 실거래가도 떨어지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소재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는 9·13 대책 이전에는 최고 18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10월에는 1억원 떨어진 17억5000만원에 팔렸다. 현재 이 면적 매물은 대부분 16억원대에 나와 있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송파구 잠실동 재건축 아파트인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는 9·13 대책 이전엔 19억1000만원에도 팔렸지만, 규제 발표 후 1억2000만원 떨어진 17억9000만원에 한 채가 팔렸을 뿐이다. 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기조가 재건축 인허가를 쉽게 내주지 않아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데다 초과이익환수제를 비롯한 각종 규제로 추가 비용이 크다는 점도 매력을 반감시켰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같은 강남권에서도 신축, 그중에서도 실거주와 '똘똘한 한 채'로 보유하기에 모두 좋은 대형 면적 아파트 가격은 9·13 대책 이후에도 연일 신고가를 경신해 대비된다. 결국 정부의 규제가 어중간한 중산층만 잡고 대형 가구에 거주하는 강남 집주인들은 못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151㎡는 9·13 대책 이후인 10월 35억5500만원에 팔려 직전 신고가였던 33억5000만원 대비 2억원이나 높은 가격에 거래가 성사됐다. 용산구 한강로3가 '용산시티파크' 전용 145㎡ 역시 직전 신고가 대비 4억원이나 오른 25억원에 9월 말 팔려 역시 9·13 규제를 무색하게 했다.
그러나 재건축 가격 하락과 신축 대형 아파트 신고가 경신이라는 상반된 현상도 극히 일부 거래에서만 나타나 시장 전체 분위기를 판단하기 어렵다. 전체 4000가구가 넘는 은마아파트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있었던 4월만 빼면 올 들어 월평균 거래량이 10건 이상이었는데, 9·13 대책 이후엔 월 1건도 제대로 거래가 안 되고 있다. 정부의 바람처럼 거래가 어느 정도 이뤄지면서 집값이 안정화되는 분위기가 아니라 거래가 단절돼 극소수 거래가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비정상적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확 튀는 거래 몇 건에 의해 시장이 움직이는 혼돈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잇따른 정부 규제의 더 큰 부작용은 지방을 완전히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지방 아파트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월간 아파트 통계에 따르면 지방 아파트 가격은 2017년 4월 이후 올해 10월까지 19개월 연속 하락했다. 2017년엔 그나마 0.4% 하락해 하락폭이 작았지
[박인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