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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방향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회의를 하려다 취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초 한진칼 주주총회가 내년 3월에나 열리는 데다 논의할 의안도 없는 상황에서 회의를 열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반대가 컸다.
최근 한진칼의 2대 주주로 국내 토종 사모투자펀드 운용사(KCGI)가 등장하면서 일부 수탁자책임전문위원들 사이에서 "지금 국민연금도 뭔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현행법상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신중론이 우세했던 셈이다.
22일 수탁자책임위에 따르면 다음달 개최될 것으로 알려졌던 한진칼에 대한 수탁자책임위 회의가 돌연 연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수탁자책임위는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는데, 위원 3인이 요구하면 해당 사안에 대한 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당초 위원 3인이 요청해 회의 일정을 조율 중이었지만, 일부 위원이 의사를 철회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박상수 수탁자책임전문위원장(경희대 경영학과 교수)은 "한진칼의 주주권 행사 방향에 대해 수탁자책임위가 당장 입장을 내놓기는 시기상조"라며 "관련 회의는 열지 않는 것으로 정리됐지만 비상설 기구인 점을 감안해 조만간 일정을 잡아 향후 스튜어드십 코드 추진 방향에 대한 위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의 소집에 앞서 일부 수탁자책임위원들 사이에서는 한진칼에 대한 논의 자체에 실익이 크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찬반 여부를 논의할 의안이 없는 데다 현행법상 주주 제안이나 임시주총 소집 등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으로선 회의를 소집해 봐야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다만 내년 3월로 예정된 정기 주총에서는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한진칼 이사진 7명 중 석태주 한진칼 대표이사, 조현덕 사외이사, 김종준 사외이사, 윤종호 상근감사의 임기가 내년 3월 17일 만료되는데 시장에서는 이사와 감사 선임을 두고 한진칼 오너 일가와 KCGI 간 표대결을 예상하는 분석이 우세하다.
수탁자책임위원 구성에서 친노조, 친시민단체가 추천한 위원들 숫자만 3명이 넘고, 여기에 정부 입김마저 만만치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이 한진칼 오너 일가에 대한 '흑기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