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주아파트와 함께 잠실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로 꼽히는 미성크로바아파트 전경. [매경DB] |
정부가 재건축 이주비 대출을 옥죄면서 임시 거처를 마련할 자금이 부족해진 데다, 조합 내부 불협화음까지 겹치면서 이주·철거 시기가 무기한 늘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안전진단 강화 같은 규제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강남권 신축아파트 공급은 더욱 쪼그라들 전망이다.
22일 재건축 정비업계에 따르면 잠실미성크로바 재건축조합은 21일 오후 조합총회를 열고 이주비 추가 대출 승인 건에 대해 밤늦은 시간 찬반투표를 벌였으나 결국 부결됐다. 시공사인 롯데건설에서 1500억원 규모 추가 이주비 대출을 받아 이주를 시작하자는 안건에 대해 조합원 3분의 2 찬성을 얻지 못한 것이다. 관련법에 따르면 정비사업비의 10% 이상을 증액하려면 조합원 전체의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 반대하는 측에서는 4.8%의 고정금리가 높다는 점, 지하주차장 1개 층 특화설계 무상 제공 건에 대해 롯데건설과 다투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댔다. 이로써 진주아파트와 함께 잠실 최대 재건축단지인 미성크로바아파트는 재건축 일정이 무기한 지연됐다. 전체 조합원의 절반 가까이가 추가 이주비 대출을 필요로 하는데 시공사인 롯데건설 말고는 추가 대출을 해줄 곳이 현재 마땅찮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에서 서울을 비롯한 투기과열지구에서 이주비를 포함한 금융권 대출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 미만으로 낮췄다. 일선 은행에서는 재건축 이주비 대출을 '종전 평가액 기준'으로 최대 40%까지 내주고 있다. 실제 조합원이 받을 수 있는 이주비는 시가의 20~30% 수준이라, 주변에서 전세를 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후 미성크로바를 비롯한 상당수 재건축조합은 시공사에 직접 추가 이주비 대출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롯데건설도 사채 발행이나 은행 차입을 통해 조합에 추가 이주비 1500억원을 대주려고 했다가 이번에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없던 일'이 됐다.
강남구 개포지구의 대장단지인 개포주공1단지도 겨울을 코앞에 두고 이주가 완료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개포주공1단지는 전체 5040가구 중 현재 약 120가구(2.38%)가 이주하지 않고 버티는 상황이다. 이 단지는 지난 4월 초 이주를 개시해 9월 말까지 관련 절차를 완료하고 철거에 돌입할 예정이었
[전범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