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정상의 회담을 통해 갈등이 일부 해소되면 한국 증시도 단기적으로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한국 증시를 짓눌러온 주요인 중 하나가 미·중 간 갈등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중국 경제의존도가 높아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중국 경제가 피해를 입는다면 한국 경제도 타격을 피할 수 없다. 당장 미국은 2019년 1월부터 2000억달러 규모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할 계획이며, 2600억달러 규모 제품에 대해서도 추가 관세를 발효할 예정이다.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 부과를 멈추고 협상을 시작하면 한국 증시에서도 투자심리가 살아날 수 있다.
갈등 봉합을 넘어 양국이 기존에 발효된 관세를 취소하는 절차에 돌입한다면 증시 상승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의 협상이 완료되면 그동안 낙폭이 컸던 미국 기술주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 반등이 예상된다"며 "한국 증시에서도 전기전자 업종을 위주로 연말 랠리가 급격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협상이 이뤄지고 갈등이 봉합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한국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구는 결국 중국이 제조업 2025 프로젝트(중국의 10대 핵심 산업 육성 프로젝트)를 포기하라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한다면 당장 타격은 줄어들더라도 중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현재 관세 부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명확하다"면서도 "미국이 요구하는 것을 내주면 중국이 입는 피해가 더욱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침체에 들어간다면 결국 한국 증시에도 부정적이다.
반면 두 정상 간 갈등이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 이때 관세 부과도 예상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으며 원재료 가격 증가로 미국 기업의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 미국 증시가 먼저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박 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이 합의에 실패하면 미국 기업의 실적 둔화 우려감이 높아질 것"이라며 "중국 역시 적극적으로 경기를 부양해도 수출 기업의 매출이 급감하며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0월 하락세가 잠재적 위험을 충분히 반영해 한국과 중국 기업이 모두 저평가되고 있는 만큼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주요 연준위원들의 발언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공개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 역시 한국 증시에 영향을 미쳐 왔기 때문이다. 27일과 29일, 30일에는 각각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연설, 11월 FOMC 회의록 공개가 예정돼 있다. 지난달 파월 의장이 "미국 기준금리가 여전히 중립금리에서 멀다"며 매파적 태도를 보이자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보다 시장 친화적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경기가 꺾이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연준도 보다 시장 친화적으로 나올 개연성이 생겼다"며 "단기적으로는 한국 증시에도 수급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30일에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예정돼 있다.
이러한 가운데 대신증권은 미·중 무역갈등이 해소되면 미국 증시에서는 헬스케어, 중국 증시에서는 정보기술(IT) 업종이 크게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위축됐던 각국 증시 여건을 고려하면 미·중 무역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시기인 지난 2~16일 상승폭이 컸던 투자 대상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의 만남 가능성이 전해진 이후부터 최근 불협화음 단계에 들어서기 전까지 미국 증시에서는 헬스케어(2.9%), 중국 증시에서는 IT(7.8%) 업종의
문 연구원은 "중국은 미국 측 요구를 100% 다 들어주지 않겠지만 제조 2025관련 업종 개방을 부분적으로 수용하면서 합의를 이룰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도 추가 관세 부과만 철회하고 기존 관세 부과는 중국의 약속 이행을 지켜보며 부분적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슬기 기자 /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