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상가건물의 '골칫거리'인 공실 문제를 최근 새로운 주택 트렌드인 공유주택으로 해결하는 사례가 나타나 관심을 끈다. 용산 등 역세권 요지의 노후 상가를 리모델링해 임대주택으로 바꾸면서 비싼 임대료·관리비 문제를 공용시설 '공유'를 통해 낮추는 방식이다. 공유주택이란 침실은 각자 따로 쓰고 거실·주방·세탁실 등 생활공간을 공유하는 방식의 임대주택이다. 아파트 한 채를 여러 명이 나눠 쓰는 셰어하우스와 달리 화장실이 딸린 별도의 방이 있는 일종의 기숙사 형태다.
공유주택 서비스업체 미스터홈즈는 장기간 공실 문제로 골치를 겪던 서울 용산구 남영역 인근 상가건물을 여성 전용 공유주택으로 리모델링한 '홈즈스튜디오 원효로240(이하 홈즈스튜디오)'을 오픈했다고 25일 밝혔다.
홈즈스튜디오가 일반 원룸이나 오피스텔과 차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입주민들이 함께 사용하는 '홈즈 리빙라운지(공용 거실)'다. 스튜디오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리빙라운지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나 볼 수 있던 커뮤니티 시설과 같은 역할을 한다.
리빙라운지에서 입주자는 세탁실에 있는 코인 세탁기를 돌리거나 소파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다. 거실 중앙에 설치된 프로젝터로는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으며, 공용 주방에서는 직접 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단순히 생활공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들과 제휴해 운동 교습, 세탁 대행 등 다양한 생활 편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공용공간을 별도로 둔 만큼 방 크기는 일반 원룸보다 작은 편이다. 각 방의 크기는 약 11.6㎡ 정도이며 임대료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5만~50만원, 관리비 6만원 수준이다.
관리비에는 리빙라운지 등 공용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비용이 포함돼 있다. 공유주택에 입주한 주민들은 사생활은 침해받지 않으면서 공유공간을 통해 여러 사람과 어울릴 수 있다는 점에 큰 만족을 느끼고 있다. 한 대학생 입주자는 "예전에는 학교 기숙사에 혼자 있었는데 외로움을 느낀 적이 많았다"며 "공유주택은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함께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어 덜 외롭고 재밌게 지낼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심 상가 공실을 리모델링해 공유주택으로 만드는 트렌드는 주택보급률을 높이려는 정부 정책 방향과도 일치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앞서 지난 9월 공실이 늘어나고 있는 도심 업무빌딩 내에 임대·분양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 투자자문회사 알투코리아에 따르면 올 3분기 서울 오피스의 공실률은 10.1%로 지난 분기 대
서울시 관계자는 "민간사업자들이 상가 공실을 리모델링해 임대주택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중"이라며 "공유주택 사업이 활성화되면 도심 상가 공실 문제를 해결하면서 주택 공급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