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성북구 정릉동 일대 빌라 등 다세대주택 밀집지 전경. 서울시가 뉴타운 출구전략을 통해 아 파트 재개발 대신 주거지 도시재생이나 소규모 정비사업을 장려하면서 도봉 성북 은평 등 강북 낙후 지역에는 다세대주택 공급이 넘쳐나고 있다. [사진 제공 = 매경 DB] |
올해 아파트가격이 급등한 반면 전세시장이 안정되면서 빌라시장은 '꽁꽁' 얼어붙고 있다.
2~3년 전까지 신혼부부와 사회초년생에게 아파트 대안으로 주목받았지만 아파트시장으로 젊은 수요층이 대거 빠져나가고 정부가 빌라가격 수준에 아파트를 분양하는 '신혼희망타운'까지 내놓으면서 애물단지가 된 것이다.
2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4만4863건으로 지난해 동기 4만8101건에 비해 6.7%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8만6865건으로 전년 동기 8만9173건에 비해 2.5% 줄었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 정책 여파로 전반적인 부동산 매매가 얼어붙은 가운데 다세대주택 거래 감소가 두 배 이상 심하게 나타난 것이다.
서울시도 2011년 10월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주민 갈등이 심한 재개발 등 대규모 정비사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중재하기보다는 정비구역을 해제하고 저층 주거지 도시재생과 소규모 정비사업을 유도했다. 그 결과 서울 아파트 공급이 크게 줄어들고 다세대주택은 공급량이 증가하는 현상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최근 연구에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년간 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이 5만4000가구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러다 보니 가격도 맥을 못 추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이 한국감정원 부동산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 7년 동안 서울 아파트가격은 평균 16.9% 상승한 반면, 빌라를 비롯한 다세대주택은 평균 2.8% 상승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세대주택은 도로 등 기반시설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주차시설도 아파트에 비해 열악해 신축이라도 입주 후 가격이 거의 상승하지 않는다"면서 "주민들이 원하는 유형의 주택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내놓은 '신혼희망타운' 정책도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전망이다. 위례·수서·성남 등 서울·수도권 요지에 공급하는 신혼희망타운은 2억~4억원 선으로 주변 아파트 시세의 60~70% 선이다. 웬만한 신축 빌라가격과 거의 비슷할 정도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전세를 낀 빌라 투자자도 거의 사라졌다"며 "정부에서 싼값에 분양하는 신혼희망타운 대기 수요로 빌라 수요층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도 아파트와 빌라 간 주택 수급 불균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2019년도 건설경기 전망보고서'에서 "2018년 이후 건설사들의 재개발·
서울시는 이달 초 강북지역을 중심으로 빈집 400가구를 서울시 예산으로 매입한 뒤 빌라 등 다세대주택으로 리모델링해서 약 1600가구를 공급하는 사업을 발표했다. 수요가 사라지고 있는 다세대주택 등만 쏟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