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 1년만에 금리인상 ◆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1년 만에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김재훈 기자] |
한은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1.50%로 올릴 때 올해 우리나라 경제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당시 한은이 예상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0%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다른 기관들도 비슷하게 내다봤다. 또 당시는 미국의 연쇄 금리 인상을 앞두고 선제적 조치의 성격이 강했다. 한국이 OECD 회원국 중 미국·영국·캐나다·멕시코에 이어 다섯 번째로 금리 인상국에 이름을 올렸다. 가계부채 규모도 작년 3분기 말에는 1419조원으로 올해보다 대략 100조원 정도 적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올해 성장률 전망은 2.7%로 당시에 비해 0.3%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내년 전망치도 이 수준이다. 올 한 해 한은이 금리 인상 타이밍을 지켜보는 사이 미국은 세 번에 걸쳐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렸다. 미국은 12월 중 한 번 더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멕시코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신흥국도 올해 금리 인상 대열에 대거 동참했다. 게다가 올해 초부터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며 시장 과열 현상이 빚어졌고, 그 여파로 가계부채는 1년 새 100조원 가까이 늘었다. 여기에 미국·중국 간 무역갈등이 더해져 최근까지도 국제 금융시장에서 변동성이 확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이날 금리를 올린 것은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쏠림을 뜻하는 '금융 불균형'이 우리나라 경제 기반을 위협할 정도로 커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3분기 말 현재 가계부채는 1514조4000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6.7%로 최근 들어 둔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소득 증가율(4.5%)을 웃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소폭 인상이긴 하지만 조정이 이뤄졌기 때문에 금융 안정 측면에서 불균형 축소에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번에도 금리를 안 올리면 한미 간 금리 격차가 너무 벌어져 갑작스러운 자본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한은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학회장인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도 "내외 금리차가 1%포인트 이상 확대되는 건 좋지 않다"며 "선택에 따른 비용 문제가 있긴 했지만, 올리는 것과 내리는 것을 비교해보면 이번 인상은 어쩔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시장의 시선은 내년을 향하지만 전망은 엇갈린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발언이 경기가 좋지 않다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금통위에서도 만장일치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한동안 인상은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관건은 국내 경기가 내년에 얼마나 회복될지"라면서 "당분간 동결하며 지켜볼 것이라 본다"고 전망했다.
반면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한국 GDP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범위에 머무를 것이라는 언급과 아직 중립금리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발언은 인상 여지를 남긴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 0.25%포인트 인상과 2020년 상반기 0.25%포인트 마지막 추가 인상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통화정책 기조는 아직 완화적"이라며 "정부 재정이 확장적으로 운용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경기 활성화 부담이 중앙은행에 쏠리는 측면이 많이 있다"고 밝혔다. 한은이 금리를 내려야 하는 상황이 안 생기도록 정부가 적극적 재정정책을 펴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이날 한은 금통위는 내년 정기회의 일정을 확정했다. 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 방향 결정회의는 총 8차례로, 첫 회의는 내년 1월 24일 열린다. 이후 2월 28일, 4월 18일, 5월 31일, 7월 18일, 8월 30일, 10월 17일, 11월 29일 차례로 열린다.
[이유섭 기자 / 김연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