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선 이번 자사주 매입을 현대차가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재추진하기 위한 사전 단계로 보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전날보다 7% 오른 10만7000원에 장을 마쳤다.
현대차 주가는 지난 22일 9만2800원까지 하락하며 시총 10위권도 위협받았다. 그러나 외국인은 이 같은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삼아 이날 이후 30일까지 7거래일 연속 순매수에 나섰다.
전날인 2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시총 9위였던 현대차는 30일 주가가 급등하며 단숨에 7위에 자리 잡았다. 이날 현대차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2547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로 갈수록 지배구조 개편 압박도 강한 데다 주가도 하락하면서 자사주 매입과 같은 주주환원 정책 기대감이 컸고 이를 예상한 외국인 매수세가 들어왔던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2014년 약 5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한 데 이어 2015년 투명경영위원회 설치, 2016년 기업 지배구조 헌장 제정, 지난해 중장기 배당정책 발표(잉여현금흐름의 30~50% 배당), 올해 사외이사 후보 추천제 도입 등 굵직한 주주 관련 정책을 제시해왔다.
특히 지난 4~7월에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동시에 진행했다. 당시 발행주식의 1%를 매입해서 기존에 보유 중이던 자사주 2%를 더해 총 3%를 소각했다. 추가로 30일 공시를 통해 현대차는 오는 3일부터 내년 2월까지 3개월에 걸쳐 전체 주식의 1% 규모의 자사주 1%를 매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소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사주 매입은 통상 소각을 위한 전 단계로 인식되면서 주가 상승에 효과가 있다.
자동차 담당 한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 자체는 주당순이익(EPS) 상승 효과가 없지만 현대차처럼 매입 후 소각이 곧바로 병행되면 주식수 감소에 따른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올라간다"며 "실적 대비 주가는 저평가 수준이기 때문에 이번 자사주 매입은 투자 매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날 자사주 매입 발표가 엘리엇 등 외국계 자본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 요구에 따른 조치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대신 2014년부터 꾸준히 추진해온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주주환원 정책 발표를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과 연결해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증권가에선 정부의 지배구조 개편 압박과 엘리엇 등 외국계 투기자본의 현대차 압박이 강화되는 시점에 이 같은 자사주 매입 발표는 적절했다는 평가다.
주가가 상승세로 반전하면 기존 현대차의 개편안이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현대모비스의 모듈·애프터서비스(AS) 부품 사업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다 엘리엇 등의 반대로 잠정 보류했다.
최근 현대차그룹 주가 하락으로
애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내년 현대차 영업이익은 4조5258억원으로 추정돼 올해보다 22.6% 상승할 전망이다.
[한예경 기자 /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