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11개 금 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4.25%로 전체 테마별 펀드 가운데 최고 성적을 거뒀다. 이 기간 플러스 수익을 기록한 펀드는 금 펀드를 제외하고는 1.59% 수익률로 간신히 마이너스를 면한 농산물 펀드가 유일했다. 10월 증시 하락 여파로 두 테마 외에 모든 펀드 분류군이 이 기간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금 펀드는 최근 일주일 집계에서도 1.84% 수익률로 선방하며 연초 금값 하락으로 부진했던 성적을 만회했다. 투자금도 9월 들어 꾸준한 유입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초 이후 수익률이 곤두박질하며 수백억 원이 이탈했지만 최근 3개월 사이 투자금 305억원이 순유입됐다.
개별 펀드로는 IBK골드마이닝증권자펀드가 이 기간 11.05%로 두드러지는 성과를 내며 선두를 달렸다. 이 펀드는 금 채굴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로 뉴크레스트 마이닝, 뉴몬트 마이닝 등을 자산으로 편입하고 있다. 통상 금 현물이나 선물에 투자하는 펀드보다 금광기업에 투자하는 펀드가 금 가격 변동에 따른 등락폭이 큰 편이다. 신한BNPP골드증권펀드가 6.82%, 한국투자KINDEX골드선물레버리지ETF가 5.23%로 뒤를 이었다. 이 밖에 블랙록월드골드펀드도 4%대 수익률로 선전했다.
이 같은 수익률 호조는 지난 8월부터 시작된 금값 상승에 따른 것이다.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2월물 금값은 전일 대비 온스당 9달러(0.7%) 상승한 1252.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7월 10일 이후 최고다. 최근 4개월 동안 금값은 8월 중순 저점 대비 6% 상승했다. 미국 금리 인상과 글로벌 증시 변동성으로 위험회피 성향이 높아지면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금은 위기 속에 빛을 발하는 대표적 안전자산이다. 금융위기가 터지면 어김없이 몸값이 오른다. 금값은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졌던 2011년 9월 온스당 1900달러대까지 치솟았던 전례가 있다. 통상 금과 달러는 보완재 성격으로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면 대체투자 수단인 금값이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금 강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신년을 앞두고 짙어진 불확실성과 내년이 약달러의 해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금 가격을 쌍끌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협상안 표결, ECB 통화정책회의, 12월 FOMC 등 굵직한 이벤트를 앞두고 이른바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지난 7일 전일보다 9.63% 상승한 23.23을 기록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 가격은 미국 증시 변동성을 반영한 VIX가 20 이상일 때 강세를 보인다"며 "여러 거시적 불확실성에 VIX가 다시 20을 상회하고 있는 만큼 금값의 상승 탄력을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달러와 금 가격은 서로 역관계에 놓여 있지만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고 주식 시장이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져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와 금 가치가 동반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계제로에 빠진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찾아 나선 와중에 내년 달러가 내리막을 걸을 것이라는 월가 투자은행(IB) 전망이 쏟아지면서 자금이 달러보다 금으로 쏠릴 가능성이 커졌다. 모건스탠리는 달러화가 10~15% 고평가된 상태라며 달러화 자산에서 자금이 빠져나가 달러화 상승세가 내년까지 지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같은 달러 약세 전망은 연준이 경기 둔화 조짐과 시장 혼란 등을 고려해 긴축 속도를 늦출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것이다. 서 연구원은 "여러 정황을 살펴봤을 때 내년 초까지 당분간 금값 강세가 예상된다"면서 "금 펀드 등 관련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
금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라면 금 펀드를 주목할 만하다. 금 실물 투자의 경우 세금이 붙기 때문에 금 펀드나 ETF, ETN을 통해 간접 투자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조언이다.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