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회사가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를 물색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주총 때 이뤄졌던 정권과 코드 맞추기식 인사와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 시도가 이번에도 나타날지 주목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에서는 사외이사 총 7명 중 4명 임기가 3월에 끝난다. 유석렬·스튜어트 솔로몬·박재하·한종수 이사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KB지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이 4명에게 중임 희망 의사를 타진한 결과 이사 한 명이 퇴임 의사를 밝힌 만큼 사추위는 3월 주총에 3명의 중임과 1명의 새 후보 추천 안건을 올릴 예정이다.
사외이사가 총 10명으로 금융지주 중 가장 많은 신한금융에서는 절반이 넘는 6명이 3월 임기를 마무리한다. 여기에 기존 사외이사인 주재성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최근 국민은행 상임감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생긴 빈자리도 채워야 한다.
하나금융은 사외이사 7명 가운데 윤성복·박원구·차은영·허윤 이사 임기가 3월에 만료된다.
농협금융은 최근 김용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와 방문규 경상남도 경제혁신위원회 위원장을 신임 사외이사 후보자로 추천하면서 기존에 4명이던 지주 사외이사를 6명으로 늘렸다. 지난해 이뤄진 금감원 지배구조 점검에서 다른 지주에 비해 사외이사 수가 적다고 지적을 받은 것을 반영한 조치다. 기존 이사 가운데 정병욱 전 서울지검 차장검사 임기가 3월 말에 끝난다.
오는 11일 본격 출범하는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에는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제외하고 기존 우리은행 사외이사인 장동우·전지평·노성태·박상용 이사가 그대로 맡는다. 과점주주 중 한국투자증권 몫인 신 전 사장 후임으로는 정찬형 한국투자신탁운용 부회장이 선임됐다. 새로 온 정 이사와 노성태·박상용 이사는 우리은행 사외이사도 겸임한다.
일반적으로 사외이사는 연임하는 사례가 많아 현직 이사들은 3월부로 임기 4년째를 맞는 경우가 상당수에 달한다. 다만 올해는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연임 대신 교체되는 기존 이사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발의해 같은 해 9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경영진에 대해 계속 견제할 수 있도록 사외이사의 순차적인 교체를 원칙으로 명시하고 있다.
지난해처럼 '친(親)정부' 인사의 사외이사 기용 시도가 이어질지도 관전 포인트다. 지난해 신한금융지주가 사외이사로 선임한 박병대 성균관대 로스쿨 석좌교수는 대법관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12기 동기여서 주목받았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새 사외이사 후보로 박시환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추천했다. 박 교수 역시 대법관 출신으로 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 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냈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에서 대통령 대리인을 맡은 대표적인 친문(親文) 인사로 분류된다. 다만 박 교수가 당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되면서 사외이사 후보직을 포기해 실제 이사로 선임되지는 못했다.
KB금융이 같은 해 새 사외이사로 선임한 선우석호·정구환 이사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기고 동문으로 알려졌다.
그간 꾸준히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해 온 금융사 노조는 이번에도 후보를 낼 예정이다. 국민은행 노조는 3월 주총 때 지주 지배구조 개선안과 사외이사 후보 추천 안건을 주주 제안으로 올리
앞서 국민은행 노조는 2017년 시민운동가 출신 하승수 변호사를, 지난해에는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지만 주총 표 대결에서 밀려 부결됐다. KB뿐 아니라 신한 등 다른 금융 노조 역시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준비하고 있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