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시공사 선정에 나선 반포 주공1단지 3주구 전경. [매경DB] |
향후 2~3년간 재건축 수주 자체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공사로 이미 선정됐던 현대산업개발을 내치고 시공사 선정에 다시 나선 3주구의 입찰의향서 제출에 웬만한 대형 건설사가 모두 뛰어들어 치열한 각축전을 예고했다.
특히 삼성물산은 2015년 12월 서초 무지개아파트 수주전 이후 3년1개월 만에 수주전에 뛰어들어 관심을 높였다. 삼성물산은 그동안 '래미안' 브랜드 매각과 주택사업 철수설 등에 시달렸는데 이번 수주전에 참여해 주택사업을 다시 공격적으로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3주구 수주에 입찰의향서를 제출한 건설사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이다. 10대 건설사 중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곳은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가 탈락한 현대산업개발을 제외하면 SK건설과 한화건설뿐이다.
그동안 건설사들 사이에서 재건축 등 정비사업 수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했다. 매출의 60% 이상이 국내 건축·주택사업에서 나오는데, 이 중에서도 정비사업은 브랜드를 알릴 수 있다는 상징성이 있는 데다 대규모 단지는 사업성까지 있어 꼭 잡아야 하는 부문이었다. 이 때문에 건설사 간 경쟁이 과열돼 각종 비리와 뒷돈 등 사건까지 벌어져 검찰이 일부 건설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거나 조합장 등이 구속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이러다 보니 작년 하반기부터는 수주전이 급속도로 위축됐다. 국토교통부가 '정비사업 비리 척결'을 천명하며 강도 높은 비리 적발과 검찰 수사 의뢰에 나서 건설사들이 몸사리기에 나선 것. 3주구가 현대산업개발과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을 한 것도 당시 분위기가 워낙에 좋지 않아 현대산업개발 외에는 딱히 들어오려는 건설사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대어급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 속도가 늦어지는 것이 현실화했고 향후 2~3년간 서울 수주가 사실상 '0'에 가까운 상태가 될 것이라는 점이 이번 3주구 수주전 경쟁에 불을 댕겼다는 후문이다. 이 단지는 같은 반포주공1단지인 1·2·4주구보다는 규모가 작고 사업성도 떨어지지만 그래도 사업비가 8000억원에 이르는 데다 부촌인 '반포' 핵심지에 브랜드 깃발을 꽂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GS건설 관계자는 "입찰의향서를 내야 조합 설명회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냈던 것이고, 조건 등을 들어본 후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3주구가 극한 가뭄에 시달리는 재건축 수주시장의 '한 줄기 빛'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현대산업개발의 시공권 박탈 후 간만에 나타난 최대어급 재건축 물량으로 대형 건설사들의 치열한 수주전이 자칫 과열 경쟁과 부정 경쟁으로 이어질까 봐 정부가 예의 주시하는 것은 부담 요인이다. 국토부는 즉각 모니터링에 착수했으며 행여 수주전 과정에서 금품 제공 등 위법 상황이 과거 타 단지처럼 재발하면 '일벌백계'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하면 기존 형사처벌 외 시공권을 박탈하거나 공사비의 최대 2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강력한 법안이 시행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사업비가 8000억원이면 과징금으로 1600억원을 맞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조합이 현대산업개발과 계약을 해지하면서 발생할 각종 소송전과 진흙탕 싸움도 타 건설사에는 마뜩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이미 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예고했고 조합 내부의 사분오열로 경찰과 용역 등이 등장하며 3주구는 '아수라장'이 되고 있다.
최흥기 3주구 조합장은 "현대산업개발에서 용역 100여 명을 풀어 경찰이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측은 "용역을 고용한 적이 없다. 증거 보존과 상황 파악을 위해 사업담당자들이 나가 있던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또 현대산업개발 측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진행 중이어서 용역을 고용할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박인혜 기자 / 정지성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