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재건축 시 임대주택 포함 여부는 의무가 아닌 주민들(재건축조합)의 선택 사항이다. 서울시가 법에도 없는 내용까지 강요하면서까지 지난달 발표한 '박원순표' 임대주택 공급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열린 도시계획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왕궁아파트 재건축조합 측에 기부채납 시설로 임대주택을 추가해 정비계획을 다시 제출하라고 권고했다. 주민들이 용적률 인센티브를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임대주택을 짓는 사례는 있지만 시가 먼저 나서 임대주택을 지으라고 권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용산구 이촌동에 위치한 왕궁아파트는 1만7621㎡ 용지에 지상 5층 규모 건물 5개동으로 구성돼 있다. 전용면적 102㎡의 250가구가 거주한다. 한강변에 바로 접해 있어 동부이촌동 최고의 '노른자위' 아파트로 불린다. 조합은 용적률 205.88%를 적용해 지상 15∼35층 4개동 250가구로 1대1 재건축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서울시 권고대로 임대주택을 지으려면 용적률을 추가로 올려야 하는데 주민들은 한강변에 위치한 입지 특성상 용적률을 더 올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한강변 아파트 높이는 35층으로 제한돼 있으며 한강변과 바로 인접하는 전면 동은 15층까지밖에 지을 수 없다. 또 용지 자체가 워낙 좁은 데다 사면이 도로에 둘러싸여 있어 일조권 확보 문제 등을 고려하면 추가로 건물을 짓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촌 왕궁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조합원이 모두 입주하기도 벅찬 상황에서 임대아파트까지 넣으라고 하니 계획안 제출이 불가능해졌다"며 "차라리 서울시장이 바뀔 때까지 재건축하지 말자는 쪽으로 주민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측은 현재 단계에서 층고 제한 완화 등 조치를 취하긴 어려우며 일단 현재 규정 내에서 조합이 설계 아이디어를 내 용적률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체 가구 수 중 15%를 임대주택으로 지어야 하는 재개발과 달리 재건축은 의무 임대주택 비율이 정해져 있지 않다. 왕궁아파트와 같은 아파트 지구는 재건축 추진 시 서울시 허가를 받아 용적률을 250% 이상으로 상향할 경우에만 늘어난 가구 수의 절반만큼 임대주택을 지으면 된다. 시가 법에도 없는 임대주택을 1대1 재건축 단지에 강요하는 건 결국 시 예산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공공임대를 최대한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임대주택을 둘러싼 서울시와 재건축 단지 간 갈등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26일 '주택공급 5대 혁신 방안'을 통해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할 때 단지 내 공원이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