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29포인트(0.60%) 오른 2075.57에 마감했다. 코스피가 2070선을 회복한 것은 작년 12월 19일 이후 처음이다. 전날 뉴욕증시에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비둘기파적 발언으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5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0.45%), 나스닥지수(0.42%) 등 주요 지수가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 증시 발목을 잡았던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점차 완화되면서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로 돌아오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유가증권 시장에서 8거래일 만에 약 8140억원을 순매수했다. 하루 평균 1000억원씩 순매수한 셈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 시장에서 작년 4분기에만 3조6891억원을 순매도했다. 연말인 12월에도 505억원을 팔아치운 바 있다.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1090억원, 25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기관은 1318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0일 외국인 순매수 종목 순위를 살펴보면 코덱스MSCI코리아TR 상장지수펀드(ETF)가 2919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서 코덱스200(1943억원), 타이거200(1257억원) 등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가 각각 4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같은 ETF 종목들이 순매수 상위에 오르면서 최근 외국인 매수가 시장 반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로 돌아오고 있는 것은 맞지만 추세적 반등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여전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준의 통화정책과 미·중 무역마찰 위험에 대한 상황 변화 가능성은 시장 분위기 반전과 지수의 하방 경직성을 확보하는 데 긍정적 요인이지만, 시장이 추세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시장 물줄기가 달라지기 위해선 글로벌 거시경제 자신감이 회복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실적 눈높이가 하향 조정되는 모습이 안정화될 필요가 있다"며 "당분간 제한적 반등과 단기 조정이 교차하는 박스권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명환 CLSA한국법인 리서치본부장은 "작년부터 보면 아시아 지역을 비롯한 한국 증시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선 코스피가 추가 하락할 위험이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들어오는 것일 수 있다"며 "아직 미·중 무역분쟁, 국내 정부 정책 향방 등 여러 위험 요인이 남아 있지만, 예상 범위에 있는 위험 요소이다 보니 더 나빠질 게 있을까 싶은 생각도 반영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순매수 상위에는 경기 변화에 민감한 종목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이달 외국인이 순매수한 코스피 종목 1위와 3위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였고, 7위와 8위는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등 건설주였다. 외국인 매수가 단순히 반등을 겨냥한 것이 아닌, 펀더멘털 회복을 겨냥한 중장기 투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달러 약세 기조가 이어지는 것이 외국인 자금 유입에 긍정적이란 분석도 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국내 증시는 강달러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 등으로 고생했는데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달러 약세가 나타나는 것은 국내 증시 자금 유입에 긍정적일 수 있다
변 센터장은 "다음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관련해 영국 하원 표결이 부결되면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달러화 강세가 나타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달러화 가치는 미국 통화정책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보니 작년처럼 강달러로 인해 신흥국이 고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슬기 기자 /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