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부터 국내 대형건설사들은 물론 중소 시행·건설사들도 공유임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공유오피스로 부동산시장에 발을 내디딘 업체들도 이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지난 8일 글로벌 공유오피스 업체인 위워크(WeWork)는 주거공유 등 사업을 확장하면서 업체명을 더 위컴퍼니(The WeCompany)로 바꾼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 공유오피스 업체인 패스트파이브도 지난해 말 주거서비스인 '라이프(LIFE)'를 론칭해 올해 초 공유주거 사업에 나선다고 밝힌바 있다.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기존 부동산 시장은 아파트나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을 지어서 분양하는 쪽으로 형성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장기적인 먹거리 마련을 목적으로 임대시장에도 뛰어드는 업체들이 늘기 시작했다.
2017년 말 피데스개발이 한국갤럽 등과 '미래주택 소비자인식조사' 등을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부동산 정책으로 다주택 소유가 어려워지면서 제대로 된 한 채에 수요가 몰리고 임대주택시장이 활성화된다고 예견되기도 했다.
국내 건설사 중에는 코오롱글로벌이 적극적이다. 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비전을 통해 '커먼라이프' 브랜드로 시행사 등과 협업으로 임대시장에 뛰어들었고, 지난해 말 아예 토지를 매입해 자체사업장으로 역삼에 '트리하우스'(커먼라이프 역삼)를 지었다. 향후 개발할 사업장에 적용해볼 수 있도록 그동안 쌓아왔던 노하우와 아이디어를 몽땅 집어넣었다.
임대료는 전용면적 16㎡(실면적 23㎡) 기준으로 119만원부터 시작해 꽤 높은 수준이지만 전용 36㎡의 펜트하우스 물량은 계약이 끝난데다가 대기수요까지 있다. 1월 현재 40% 정도 입주했고, 30~40대 남성과 여성이 반반 정도다. 소득이 적지않은 프리랜서나 특수직종의 개인사업가, 전문가들이 입주했다. 업체는 예비임차인 사전인터뷰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는 중산층 입주민들의 라이프스타일 공유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있다.
↑ [사진 = 트리하우스 홈페이지] |
코오롱하우스비전 관계자는 "남들이 안하는 시도를 해보고 있다. 특히 트리하우스는 기획부터 시공, 운영까지 코오롱글로벌비전이 맡아서 한다"며 "입주비용이 저렴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만큼의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입주자 수준에 맞춘 타켓화한 서비스 제공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중견 건설사인 서양ENC도 서울 서초구 청계산입구역 내곡공공주택지구에 자체 사업인 '심플리시티(SimpliCity)'를 선보였다. 시행사인 동시에 건설사이기도 해 다양한 내부 시공 관련 아이디어를 구체화했으며 지하에는 공유오피스도 함께 운영해 이용자들이 사업자를 해당 주소로 낼 수 있게 했다. 1월 현재 오피스텔은 70%, 9월 운영을 시작한 오피스도 50% 정도 계약을 마쳤다는 설명이다.
이 프로젝트의 PM 및 디자인을 담당한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는 "심플리시티는 소규모 단지, 비브랜드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맞춤형 커뮤니티 공간 구성을 통한 사업권역 내 고급형 오피스텔 상품으로 기획했다"며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하다(Design Life)'라는 콘셉트로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거, 오피스, 공개공지, 공용공간의 체계화된 공유시스템을 마련하고 커뮤니티 활성화를 전제로 공간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 [자료 = 수목건축] |
운영방식은 트리하우스와는 약간 다르다. 싱글, 스튜디오, 스위트, 패밀리 타입 등의 평면이 있으며 보증금은 1000만원부터 1억원까지, 월 이용료는 60만~150만원대로 책정됐다. 일부 대형평수는 전세로도 이용할 수 있다. 지하에 마련된 오피스 임대료는 1인실 40만원(프로모션 기간 중 35만원), 2인실 70만원(프로모션 60만원)이다.
이 두 현장의 입주민들은 커뮤니티 형성에 적극적이다. 단순히 머무는 공간이 아닌 이웃과 소통하는 공간으로의 집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입주민 연결 프로그램에 높은 점수를 줬다는 한 입주민은 업체에게 먼저 해당 프로그램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주문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코오롱글로벌비전 측은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새로운 주거형태를 시도하고 있다. 변하는 시대상을 선점하는 주거문화를 만들겠다"며 "사는 공간, 노는 공간, 연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제공하는 역할은 주택공급자가 하지만, 지속성은 입주민들이 만들어나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 enero20@mk.co.kr]
• [李기자의 리얼티톡] 등기부등본 못믿어 '권리보험' 가입하고 싶어도… |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