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16일 한진칼과 대한항공 사태와 관련해 그동안 기금운용본부의 대응을 점검하고 향후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방향을 논의한다. 지난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개별 상장사에 대해 주주권 행사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방안을 발표하면서 경영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주주 활동부터 우선 도입하되, 기금운용위가 의결한 경우에는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도 가능하도록 여지를 뒀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향후 국민연금이 행사할 수 있는 주주권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현재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투자 목적인 '단순투자'를 유지하는 선에서 주주권을 행사하거나, 투자 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꿔 좀 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실현하는 것이다. 경영참여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54조에서 명시된 행위로 △임원 선임·해임 △정관 변경 △회사 합병·분할 △주식 이전·교환 등 총 10가지다.
문제는 11.7%의 지분을 보유한 대한항공이다. 노조와 시민단체 등 일각의 요구처럼 조양호 회장 이사 해임 등을 주주제안 형태로 요구하게 되면 이는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에 해당한다. 현행법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이 경우 국민연금은 자본시장법상 10%룰(단기 매매차익 반환)에 발이 묶이게 된다. 10%룰에 따라 경영참여로 투자 목적을 변경 신고하게 되면 신고일 기준으로 6개월 이내에 얻은 단기 차익을 반환해야 한다. 즉 경영참여 신고 이후 주식을 매수한 후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하게 되면 그 차익을 회사에 돌려줘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셈이다.
문제는 10%룰이 민간 자산운용사에까지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산운용사들이 자금을 위탁받아 해당 주식을 매매했더라도 주권은 국민연금에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펀드 역시 국민연금의 자금을 담고 있을 경우 해당 주식을 매매하는 데 제약이 걸리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며 "6개월마다 차익을 반환하는 규정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해당 주식의 매매가 급작스레 경직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이번 3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조 회장의 재선임 안건이 올라왔을 때 반대표를 던지는 수준으로 의사 표현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반면 7.34%를 보유한 한진칼에는 주주제안 등 보다 공격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여건이 마련돼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경영참여에 따른 공시 의무 강화 등으로 국민연금의 투자 전략이 노출되는 상황은 피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주주총회 전에 의결권 행사 방향을 사전 공시해 민간 자산운용사들의 참여나 소액주주들의 여론을 독려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주주총회 이후 의결권 행사 방향을 공개해 왔지만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과정에서 국민연금은 주주권 행사를 전담하는 수탁자책임위원회가 결정할 경우 이를 사전에 공시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조 회장 일가의 거취 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해 여론을 조성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송민경 한국지배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