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위원회는 '은행권 대출금리 산정을 위한 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지금까지는 변동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코픽스를 계산할 때 집어넣지 않던 요구불 예금과 수시입출식 예금까지 코픽스 산정 시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코픽스는 시중 주요 8개 은행이 시장에서 조달하는 정기 예·적금, 기업어음(CP) 등 은행들이 대출해줄 돈을 마련할 때 주로 사용하는 8개 금융상품의 평균 이자를 토대로 산정한다. 2010년 처음 코픽스가 도입될 때는 '결제성 자금이라고도 불리는 요구불 예금과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은 언제든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상품 특성상 변동성이 커 대출 재원으로 활용하기 어려우므로 코픽스 산정 시 제외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었다.
하지만 코픽스를 8년여간 운영한 결과 결제성 자금 일부를 대출 재원으로 활용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8개 은행이 전체 대출 재원 중 18.6%인 219조원 정도를 결제성 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며 "결제성 자금을 포함해 코픽스를 계산해도 변동성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결제성 자금 등을 코픽스 산정 시 포함하면 코픽스는 현행보다 0.27%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를 거의 주지 않는 결제성 자금 특성 때문이다.
금융위는 결제성 자금 등을 포함해 계산하는 새로운 산정 방식을 7월부터 '잔액 기준 코픽스'에 시행할 방침이다. 잔액 기준 코픽스란 은행이 대출 재원 마련을 위해 외부에서 빌려온 모든 돈에 지급하는 금리의 평균으로, 금리 영향을 덜 받는다.
반면 한 달간 빌려온 돈의 금리를 가중평균해 계산하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자체 변동성도 크기 때문에 결제성 자금까지 포함하면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어 제외됐다.
그 대신 금융위는 변동금리 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를 4월부터 0.1~0.3%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기존 코픽스 기준 대출 상품을 이용 중인 대출자들이 새로운 잔액 기준 코픽스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기 쉽게 했다.
이처럼 새로운 코픽스가 사용되면 자연스레 대출금리도 하락할 것으로 기대된다.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계산할 때는 '기준금리+가산금리+가감조정금리'라는 공식을 사용하는데, 이 중 기준금리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표가 바로 코픽스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취급하는 전체 변동금리 상품 중 약 60%는 코픽스를 기준금리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코픽스가 하락해도 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대응하면 실제 대출금리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코픽스 하락은 은행들에 상당한 압박 요인이 될 것"이라며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구성하는 업무비용 등 요소를 절감해서라도 대출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위는 지난해 금융감독원의 은행 대출금리 검사 결과에서 드러난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다양한 방안도 함께 마련했다. 먼저 대출심사 시 소득이 있고 담보를 제공했음에도 소득이 없고 담보도 없는 것으로 계산하는 등 황당한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은행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대출금리 산정내역서에 소득, 담보 여부를 명시하도록 했다.
전산 시스템으로 대출금리를 산정하지 않고 은행 직원 임의대로 최고금리를 적용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시스템상 산출된 금리를 변경할 때 합리적인 근거를 갖춰 내부승인을 받도록 개선했다.
또 바뀐 대출자의 경제 상황을 고려해 금리를 조정해줘야 함에도 수년간 조정하지 않는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용 프리미엄 등 항목은 월 1회 이상 재산정하는 등 주기적으로 금리 산정체계 운영 실태를 점검하도록 했다.
이 밖에 소비자의 금리 인하 요구를 은행이 거절할 때는 그 이유를 고객에게 자세히 설명하도록 했고, 은행이 잘못된 금리를 부과했을 때는 행정제재를 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태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대출과 관련한 중요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의 알권리를 강화하고 소비자의 실질적인 권리 행사를 강화했다"며 "앞으로도 대출금리가 합리적
■ <용어 설명>
코픽스 : 8개 은행이 시장에서 조달하는 정기예금과 적금, 상호부금, 주택부금,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표지어음매출, 금융채의 평균 조달 비용을 가중평균해 계산한 금리로 대출금리의 기준이 된다.
[김동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