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에 이어 즉시연금까지 보험금 과소지급 분쟁으로 보험업계가 시끄러운 가운데 무해지(저해지)환급형 상품이 또 다른 민원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만기까지 유지 못하고 보험 해약 시 환급금이 없다는 점이 간과된 채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첫 무해지환급형 상품 등장 이후 아직까지는 해약 이슈가 부각되고 있지 않지만, 최근 관련 상품들이 봇물을 이룬다는 점에서 추후 발행할 수 있는 환급금 관련 민원 요인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저해지, 무해지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보험 해지 시 해약환급금이 없는 대신 일반적인 표준형 대비 보험료가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무해지, 저해지 보험은 저금리 기조 속 보험사들이 나름 돌파구로 마련한 상품이다. 저금리 지속→예정이율 하락→보험료 상승→보험 수요 감소로 이어지는 순환에서 보험업계가 보험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결과인 셈이다. 불황 속 보다 저렴한 보험료로 기존 상품과 같은 보장을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와도 맞아 떨어졌다.
실례로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가 2015년 7월 출시한 '용감한 오렌지 종신보험'은 출시와 동시에 히트 상품 대열에 합류했다. 출시 5개월 만에 판매 3만4000건을 넘어서고 월납보험료(누적)는 66억8300만원을 기록했다. 이 상품은 업계 최초로 보험료를 산정할 때 가입자 가운데 중도 이탈자를 고려한 예정해지율을 보험료 산정에 반영, 기존 종신보험 대비 보험료가 최대 25% 저렴하게 설계됐다.
이후 비슷한 구조의 상품은 쏟아졌다.
올해 들어서는 삼성생명이 장기요양상태와 치매를 보장하는 '종합간병보험 행복한 동행'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일정기간 해지환급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적은 대신 보험료가 낮은 무해지환급형으로 개발됐다. 표준형(유해지환급형) 대비 월 보험료가 약 15% 저렴하다.
ABL생명도 무해지환급형을 선택하면 보험료가 표준형 대비 저렴한 '(무)ABL간편가입치매보험(무해지환급형)'을 이달 판매에 들어갔다.
다이렉트 채널에서도 어린이 암보험 등 무해지상품이 나오고 있다.
요즘 같은 불황에 보다 저렴한 보험료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판매 채널(대면+비대면)에서 무해지, 저해지에 대한 설명과 이해가 부족하다는 게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기자가 한 보험사가 판매하는 무해지환급형 암보험을 찾아본 결과, 만기 전 해약 시 환급금이 없다는 설명을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다. 별도의 클릭을 통해서만 관련 설명을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
금감원 분쟁조정1국에 따르면 지난해 무해지환급형 상품 민원은 2건으로 파악됐으며 조정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무해지 상품의 특성상 환급금 관련 민원이다. 만기 전 해약 시 환급금이 없다는 점을 설명했다는 보험사 입장과 이 같은 안내를 받지 못했다는 소비자가 충돌한 것이다.
2015년 하반기 첫 무해지환급형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