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운용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다음달 1일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세했던 반대 목소리와 제반 여건을 감안하면 기금운용위가 쉽사리 경영참여를 선언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에 대해 경영참여를 실시했다고 가정하면 최근 3년간 469억원의 단기매매차익을 회사에 반납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123억원, 2017년 297억원, 2018년 49억원 등이다.
국민연금이 경영참여를 하면 포기해야 하는 수익 추정치가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수치는 복지부가 추산한 추정치로 지난 23일 수탁자책임위가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여부를 논의할 때 위원들에게 참고자료 형태로 제공됐다.
그동안 전문가들 사이에서 "국민연금 경영참여로 인해 연간 수십~수백억원가량 기대이익이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는데 정부 공식 자료가 이를 뒷받침한 셈이다. 자본시장법 제172조에 따르면 보유 지분이 10% 이상이고 경영참여를 투자 목적으로 하는 주주는 주식을 매수한 후 6개월 이내에 매도하거나, 매도 후 6개월 이내에 매수해 이익을 얻었을 때는 그 차익을 회사에 반환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단순투자 목적으로 대한항공 지분을 갖고 있는데, 지난해 말 기준 대한항공 지분을 11.7% 보유해 투자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하면 이 규정을 적용받는다. 이사 해임과 사외이사 선임, 정관 변경,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등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를 하기 위해서는 단기 매매차익을 토해내야 하는 셈이다.
대한항공과 함께 국민연금의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대상 기업으로 꼽히는 한진칼은 상황이 다르다. 국민연금의 한진칼 보유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7.16%로 차익 반환 의무와는 무관하다. 1% 이상 지분 변동 시 5일 이내 공시 의무만 지키면 된다. 일부 수탁자책임위원들 사이에서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를 달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국민연금의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여부는 다음달 1일 결정된다.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 도입 이후 국민연금의 첫 경영참여 사례가 될 수 있어 재계에서도 회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연금이 경영참여를 선언하더라도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 방향이 다를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