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배당 압박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 국민연금이 저배당으로 최근 5년 동안 재무제표 승인을 거절한 광주신세계가 현금 배당을 2배 이상 늘린 것이다. 국민연금은 배당 계획이 없거나 배당이 낮은 기업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고 있는데, 올해 대상 상장사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실적 결산과 배당금 결정을 앞두고 국민연금의 배당 확대 압력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31일 광주신세계는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3000원을 현금 배당한다고 공시했다.
배당금 총액은 48억원이다. 최근 3년간 광주신세계의 주당 배당금이 1250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 규모가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광주신세계는 국민연금이 2014년 이후 지난해 주총까지 5년 연속 과소 배당을 이유로 재무제표 승인을 거절한 곳이다.
광주신세계는 저배당으로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에게도 집중 공격을 받아왔다. 신세계의 상장 자회사지만 배당성향이 신세계에 비해 크게 낮았기 때문이다. 광주신세계의 2017년 배당성향은 4.2%로 신세계 8.7%에 비해 4.5%포인트 낮다. 지난해 4월부터 회사 지분 8.5%를 보유한 KB자산운용은 광주신세계에 주주친화책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KB자산운용이 요구한 배당규모만 130억~210억원에 달한다.
국민연금은 3개년에 걸쳐 저배당 기업을 관리한다. 1년 차에는 기업과 비공개 대화를 진행하고, 다음 정기 주총 때까지 개선하지 않으면 비공개 중점관리기업(2년 차)으로 관리한다. 3년 차 주총까지 개선 사항이 없을 때는 수탁자책임위원회가 공개 전환을 결정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비공개 대화 대상 기업(배당 성향이 낮은 기업)을 기존 4~5개에서 8~10개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이미 밝히면서 올해 3월 주총 시즌을 앞두고 국민연금의 배당 확대 요구에 더욱 불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과소배당을 이유로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상장사 10곳의 재무제표 승인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현대리바트, 한국공항, 케이씨, 광주신세계, S&TC 등이다. 코스닥에서는 대양전기공업, 원익IPS, 휴온스 등이 있다.
이 중에서 광주신세계, 한국공항, 현대리바트는 최근 2년 이상 국민연금
올해 3월 주총까지 배당 정책에 개선이 없으면 국민연금의 저배당 기업 관리 프로세스상 공개 대상 기업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광주신세계가 배당 정책에 개선을 보이면서 이들 기업 역시 국민연금 배당 압박에 배당에서 변화를 보일지 주목된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