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수탁자책임활동 가이드라인을 통해 저배당 기업과 오너 리스크가 있는 상장사들을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재계에서는 언제든 국민연금의 '살생부'에 이름이 오를 수 있다는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이다.
7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스튜어드십 코드 발동 두 번째 상장사로 남양유업을 선택했다. 이날 국민연금은 남양유업에 배당 정책 수립을 심의·자문하는 위원회를 설치하는 정관 변경 주주제안을 결정했는데, 정관 변경은 특별결의 사항으로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주총을 통과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일가 지분이 53.81%, 국민연금 지분이 6.0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수탁자책임위원은 "일각에서는 주주제안이 실효성 없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그동안 남양유업이 저배당 상장사로 줄곧 꼽혀왔다는 점이 위원 다수의 공감대를 이뤘다"며 "국민연금이 지분을 대거 보유한 다수 상장사에서도 이 같은 제안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국민연금은 2015년 마련된 배당 관련 주주 활동 프로세스에 따라 3개년에 걸쳐 저배당 기업을 관리한다. 1년 차에는 기업과 비공개 대화를 진행하고, 다음 정기 주총 때까지 개선하지 않으면 비공개 중점관리기업으로 분류한다. 그다음 주총(3년 차)까지 개선 사항이 없을 때는 수탁자책임위가 공개 전환을 결정한다. 국민연금은 이 프로세스에 따라 지난해 5월 남양유업을 '저배당 블랙리스트' 기업으로 공개 발표했다.
국민연금은 올해 3월 주총 시즌을 앞두고 배당 확대 요구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방안을 발표하면서 비공개 대화 대상 기업(배당성향이 낮은 기업)을 기존 4~5개에서 8~10개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국민연금이 정한 저배당 기업 관리 절차를 감안하면 사실상 2년 연속 저배당 기업으로 꼽힐 경우 비공개로 중점관리 대상 기업에 포함된다. 광주신세계와 한국공항, 현대리바트 등은 최근 2년 이상 국민연금이 과소 배당을 이유로 재무제표 승인을 거절한 상장사다. 올 3월 주총까지 배당 정책에 개선이 없으면 추가로 공개 대상 기업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은 최근 발표한 수탁자책임활동 가이드라인에도 배당 안건을 반대한 기업, 의결권 행사 대상 기업 중 배당성향 하위 기업 등을 선정해 중점관리기업으로 정하고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해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 3월 주총을 앞두고 주요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국민연금의 배당 압박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
지난달 31일 광주신세계는 전년 대비 현금배당을 2배 이상 늘렸다. 광주신세계는 국민연금이 2014년 이후 지난해 주총까지 5년 연속 과소 배당을 이유로 재무제표 승인을 거절한 곳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과소 배당을 이유로 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을 거절한 현대리바트, 한국공항, S&TC, 코스닥에서 대양전기공업, 원익IPS, 휴온스 등 역시 저배당 압박을 받고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재계 일각에서는 과도한 배당 요구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