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누적 당기순이익이 3조1567억원으로 전년보다 8.2% 늘었다고 밝혔다. 작년 4분기 당기순이익은 4133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39.5% 줄었지만 1년 전 같은 분기보다는 143% 늘었다. 신한금융 연간 당기순익이 3조원을 넘은 것은 2011년 이후 7년 만이다. 연간 실적으로는 2001년 지주 출범 이래 최대 순이익이다.
그 결과 신한금융은 작년 3조689억원을 올린 KB금융을 제치고 1년 만에 순익 기준 금융그룹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지난 1일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계열사로 편입해 총자산을 490조원으로 키우며 2017년 KB금융에 빼앗겼던 자산 규모 선두 자리를 탈환한 데 이어 연간 실적에서도 우세를 보인 것이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신한금융이 20조1298억원, KB금융은 19조241억원으로 나타났다. 금융그룹 순위를 결정하는 3대 지표(총자산·당기순익·시총)에서 모두 신한금융이 다른 금융그룹을 앞지르는 '트리플 3관왕'을 달성한 셈이다.
지난해 '어닝 서프라이즈' 비결로 신한금융은 조용병 그룹 회장이 2017년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온 '원 신한(One Shinhan)' 전략을 꼽았다. 원 신한 전략은 1등 계열사인 신한은행의 이자이익에만 의존하는 기존 성장전략을 넘어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가 두루 성과를 내고 계열사들의 비슷한 사업부문을 한데 모으는 협업 시스템을 통해 실적을 극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지난해 신한은행뿐 아니라 신한금융투자, 신한캐피탈, 제주은행, 신한저축은행, 신한아이타스가 지주 설립 이후 가장 많은 순익을 거뒀다. 은행과 생명, 금투, 캐피탈의 글로벌 기업투자금융 조직을 하나로 결합한 GIB사업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전년 대비 58.1%나 급등했다. 은행과 금투를 주축으로 한 개인자산관리(PWM) 실적도 영업이익 기준으로 같은 기간 10% 뛰었다.
주력 계열사인 신한은행의 당기순익은 지난해 2조279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2% 늘었다. 수익의 주요 원천인 이자이익은 5조5860억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11.9% 증가했다. 지난 한 해 가계대출은 7.5%, 기업대출은 6.9% 성장해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신탁과 투자은행(IB) 부문을 키우는 데 힘을 쏟은 덕택에 은행 비이자이익도 전년 대비 11.6% 커졌다. 신한금융투자(18.6%)와 신한생명(8.6%), 신한캐피탈(17.5%)도 견고한 성장세를 보였다.
그룹 전체 기준으로 본 각종 수익성·건전성 지표에서도 신한금융은 KB금융을 넘어섰다. 작년 말 기준 신한금융 순이자마진(NIM)은 2.08%로 KB금융(1.97%)보다 높았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잘 벌었는지를 보여주는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에서도 신한금융은 각각 0.72%, 9.4%로 0.66%, 8.84%에 머무른 KB금융을 제쳤다.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2017년 0.62%를 1년 만에 0.53%까지 개선해 KB금융(0.61%)보다 낮췄다.
신한금융은 어렵게 다시 찾은 금융그룹 1위 자리를 굳히기 위해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최근 국내 대표 핀테크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와 손잡고 제3 인터넷은행 인가 준비에 나섰다.
선두 자리를 되찾으려는 KB금융 움직임도 주목된다.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지분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도 국내외 유망 금융사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한편 이날 신한금융지주는 이사회를 열고 IMM 프라이빗에쿼티(PE)를 상대로 7500억원(약 1750만주) 규모의 제3자 배정 전환우선주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이번 유상증자로 신한금융은 앞으로 남은 오렌지
지주 이사회는 같은 날 보통주 배당안을 전년보다 150원 늘어난 1600원으로 결의했다.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이날 결의안이 확정되면 신한금융의 보통주 배당성향은 약 24%, 배당 시가 수익률은 약 4% 수준이 된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