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은 '어차피 장기적으로 오른다'는 기대심리 속에 개발 호재가 많은 지역의 증여가 급증한 것이다.
19일 매일경제가 한국감정원 통계자료를 분석해본 결과 서울 25개 자치구 중 전체 거래에서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구는 영등포로 전체 아파트 거래 325건 중 증여가 198건으로 61%에 달했다. 송파(53%) 마포(49%) 은평(47%) 용산(41%)이 그 뒤를 이었다.
이들 지역 대부분은 개발 호재가 아직 많이 있다. 특히 영등포구와 용산구는 작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통개발'을 선언했던 곳이다. 집값 급등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개발계획 수립은 보류됐지만 언젠가는 실행될 개발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은 이들 지역 주택을 남에게 팔기보다는 가족에게 증여하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마포구는 도심 접근성 측면에서 각광받으며 집값이 많이 올랐고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즉 전세가율이 타 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라 '부담부증여'에 유리하다. 은평구는 GTX와 신분당선 연장 등 교통 호재가 남아 있다. 송파구는 최근 입주를 시작한 9510가구 규모 헬리오시티 관련 증여가 꽤 돼 숫자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곳의 주택은 '팔지 않는다'는 기조가 강한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다만 증여할 때 증여세와 취득세, 양도세는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초기 비용은 발생한다. 배우자에게 증여 시 약 8500만원, 자녀에게 증여 시 2억2000만원 정도가 발생하게 된다. 자녀는 10년간 5000만원만 증여세가 공제되지만, 배우자는 6억원까지 공제돼 발생하는 차이다. 상당한 초기 비용에도 불구하고 ㄱ씨와 증여받은 자녀가 10년 이상 같은 주택을 보유할 경우 보유세 절감액이 초기 발생 세금과 비용을 넘어선다. 또 정부가 올해 아파트 공시가격 현실화를 예고해 공시가격이 많이 오르게 되면 절감하는 세금 액수는 더 커질 수 있어 어차피 나중에 할 상속이나 증여라면 지금 시기에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자산가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작년 9·13 부동산 대책 발표 후 각종 규제가 덧대졌지만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로 퇴로가 막히는 바람에 상당수 사람은 '팔기'보다는 '버티기'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러 가지 이유로 집을 가진 사람들이 타인 간 매매거래시장을 통하지 않고 가족 간 증여로 방향을 틀면서 서울 아파트시장은 극한의 거래절벽 상태에 머물러 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 통계자료에 따르면 9·13 부동산 대책 발표 후인 10월만 해도 1만건 넘게 신고됐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11월 3543건으로 쪼그라들었고 12월 2296건, 올해 1월 1877건으로 떨어진 데 이어 2월은 설 연휴 등의 영향까지 겹쳐 18일까지 871건의 거래 신고만이 접수됐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다주택자들은 공시가격 상승으로 인한 보유세 부담이 커졌는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때문에 서울 아파트 보유자들은 퇴로까지 막혔다"면서 "어차피 들고 있으면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
그는 이어 "현재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가격이 조정되고 있는 양상인데 이는 의미가 없다"면서 "양도세나 취득세 등 거래세를 낮춰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지 않으면 나중에 매물 품귀 현상으로 다시 가격이 오르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인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