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실물지표의 부진에도 심리가 회복되면서 주가는 패닉 이전의 수준으로 원위치된 것이다. 외국인도 지난해 4분기에 순매도한 4조원을 올 들어 그대로 다시 매수했고, 대규모 매매가 용이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의 주가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작년 10월 말 7.5배에서 10.0배로 단기간에 크게 높아졌다. 2016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이익 하향 조정 속에서 주가 상승으로 PER 상승이 주가 상승 속도를 크게 앞서고 있는 것이다. 2000년 이후 증시 평균 PER가 9.1배인 점을 생각할 때 절대수준에선 부담을 논할 만한 상황이 됐다. 다만 PER 상승에 대해 지금은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 증시가 횡보했던 2014년을 제외하면 이러한 현상, 즉 주가상승률을 초과하는 PER의 상승은 본격적인 주가 상승의 초기 국면에서 발견되는 특징이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주가 상승률을 뛰어넘는 PER 상승은 이번까지 6차례 발생했는데, 대부분 어닝쇼크가 나타난 상황에서 사이클 지표의 개선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먼저 움직였던 구간이었다. 쉽게 말하면 더 나빠질 것이 없다고 보는 상황의 특징인 것이다. 대표 이익 사이클 지표인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EPS) 증감률은 최근 의미 있는 수준에서 상승 전환이 시도되고 있으며 조만간 발표될 1월의 경기선행지수도 반전 가능성이 높아진 시점이다. 단기 속도 조절이 있더라도 올 한 해 증시 방향성을 꾸준히 우상향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투자전략 관점에선 미국 증시의 달라진 흐름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 돋보이는 종목은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이다. 2019년 1~2월에만 30% 넘게 급등하면서 다우지수에 편입된 30개 종목 중 압도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항공사 간 연비 경쟁과 수주 확대, 최대 매출 등 이유가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경기, 특히 신흥국 경기에 민감한 산업재 대표주로서 FAANG로 불리던 이전 주도주와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유사한 모습은 중국에서도 찾을 수 있다. 굴착기 1위 업체인 삼일중공업은 올해 20%대 중반 수익률을 기록
[김승현 유안타증권 투자전략팀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