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앞으로 일주일이란 시간이 남아 있어 현대자동차와 카드사들이 막판에 극적으로 수수료를 조율할 가능성이 있다. 카드사들은 이번 수수료 인상이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적격비용' 산정에 의한 것이어서 계속 대화로 풀어보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4일 현대차는 신한·삼성·KB국민·하나·롯데카드 등 5개사에 10일부터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기아자동차도 11일부터 가맹점 계약을 해지할 예정이다.
앞서 현대차는 카드사들이 통보한 수수료율 조정안(1.8%대에서 0.12~0.14%포인트 인상)에 대해 인상 폭을 조정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가맹점과 카드사 간 계약이 실제로 해지되면 소비자 피해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10일까지 수수료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소비자는 현대차 차량을 구매할 때 신한·삼성카드 등 계약 해지 대상인 5개 회사 카드를 사용하지 못한다.
단순 결제 시 카드를 이용하지 못한다는 불편함을 넘어 카드로 자동차를 구매할 때 받을 수 있는 1%대 안팎의 캐시백 혜택도 누리지 못하게 된다. 자동차 업계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통신사, 항공사 등도 수수료율 인상에 반발해 소비자 피해가 가중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제할 때 불편한 것은 물론 항공 마일리지나 유통점 할인 혜택 등 평소 누릴 수 있는 편의서비스를 이용할 기회를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수수료 갈등의 시작은 지난해 11월 정부의 카드가맹점 수수료 개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 당국은 500억원 이하 우대·일반가맹점 수수료율을 인하하면서 상대적으로 많은 마케팅 혜택을 제공하는 대형 가맹점으로부터 더 많은 수수료를 걷는 '마케팅 비용 개별화'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지난달 수수료율 인상을 대형 가맹점에 통보했다.
현대·기아차는 이날 신한카드 등 5개 카드사의 수수료율 인상에 계약 해지를 통보한 배경에 대해 상호 성실한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그간 수차례 인상 근거를 소명할 수 있는 자료와 설명을 요청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 1일 수수료율 인상을 강행해 협상의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취지다. 지난해 현대차 자동차 부문만 따지면 영업이익률이 1.4%로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2010년 이래 최악이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통상 소비자들은 자동차 가격의 15~20% 수준인 선수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한다. 예컨대 4000만원인 싼타페를 판매하면 약 600만원을 카드로 지불한다. 이 금액에 적용되는 카드 수수료율이 1.8%대에서 1.9%대로 0.1%포인트 오르면 차량 한 대를 팔 때마다 현대차가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는 10만8000원에서 11만4000원으로 늘어난다. 현대·기아차 전체 매출과 카드 사용률을 고려하면 연간 약 270억원에서 315억원 이상을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현대차는 카드사들이 수수료율 조정을 위한 논의를 제안하면 언제든지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카드 업계 관계자도 "일단 가맹점과 협의를 지속해 원만한 합의를 도출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물론 최소한의 인상은 불가피하다. 이번 인상이
한편 BC카드, NH농협카드, 현대카드, 씨티카드는 현대차의 '동결' 제안을 수용해 '해지 통보'를 면했다.
[이재철 기자 /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