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와 KB국민·하나카드 등 일부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 인상 협상을 타결해 계약을 해지하지 않기로 했다. 이로 인해 신용카드로 현대·기아차를 구매하지 못하는 최악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갈등이 완전히 봉합된 것은 아니다. 신한·삼성·롯데·비씨(BC)카드는 현대차와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아직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10일 현대차 관계자는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카드사는 예정대로 10일부터 계약을 해지했다"며 "월요일인 11일부터 사실상 결제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대차가 협상 최종 타결 시 계약 해지를 철회한다는 방침이어서 협의 진행 여부에 따라 결제 중단 사태는 일단락될 전망이다. BC카드는 계약 해지 예정일이 14일이라 협상을 이어갈 시간이 남아 있다.
아울러 KB국민카드처럼 계약 해지를 면한 일부 카드사도 최종적인 수수료율 자체를 확정하지는 못해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KB국민·하나카드를 비롯해 현대·NH농협·씨티카드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협상을 타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가맹점 계약 해지 대상이었던 KB국민카드와 하나카드로도 현대·기아차 지점과 대리점에서 정상 결제할 수 있게 됐다. 앞서 현대차는 적정 수수료율 인상 폭에 대해 갈등을 빚고 있던 신한·삼성·KB국민·롯데·하나카드에 10일(기아차는 11일)부터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현대차는 지난 8일 가맹점 수수료율을 현 1.8%대 중반 수준에서 0.04~0.05%포인트 올리는 인상안을 제시했다. 이에 일부 카드사는 제안을 수용해 주말 사이에 의견 차이를 좁혔다. 현대차가 당초 주장했던 동결 또는 0.01~0.02%포인트 인상보다는 높지만 최초에 카드사들이 요구한 0.12~0.14%포인트 인상 폭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현대차가 조정안을 제시하기 직전 일부 카드사는 0.09%포인트 안팎으로 수정 제안을 한 바 있다. 이를 고려하면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카드사들과 현대차는 0.05%포인트와 0.09%포인트 사이인 0.07%포인트 수준 인상을 놓고 줄다리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들은 과도하게 낮은 인상 폭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카드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마케팅 혜택을 더 많이 누리는 대형 가맹점이 더 많은 수수료를 부담하도록 바꿨기 때문이다. 당시 금융당국은 연매출 30억원 초과∼500억원 이하인 가맹점은 평균 수수료율이 2.18%인 반면 500억원 초과 대형 가맹점은 1.94%라며 수수료 체계 역진성을 해소하겠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수수료 체계 개편이 잘 반영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르면 올해 2분기 실태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카드사들로서는 지난해 정부 조치대로 대형 가맹점에 적정 수준 수수료율을 적용하지 않으면 금융당국 조사에서 지적
반면 현대차는 수수료율 인상 절차와 방식에 반발하고 자동차업계 실적 악화 등을 내세우며 인상 폭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한편 또 다른 대형 가맹점인 홈쇼핑 업체와 카드사 간 수수료율 협상은 일부 진전을 보이고 있다. 한 대형 카드사는 홈쇼핑 업체 3곳과 수수료율 협상 타결에 성공했다.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