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중자금 단기화 ◆
최근 한 시중은행 자산관리(WM) 담당 부행장은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자금이 흘러넘치면서 투자상품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지난해 하반기 주식과 부동산시장이 잇달아 대내외 이슈에 휘둘리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특히 은행의 단기·저금리 예금이 이 같은 시중 부동자금을 대거 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 해지하더라도 수익률 손실이 크지 않은 1년 미만 단기 정기예금 잔액이 큰 폭으로 늘었고, 이자율이 연 1%에 못 미치는 수시 입출금식 예금도 규모를 키우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 기회를 찾지 못한 자금이 안전한 은행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셈이다.
1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은행권의 만기 6개월 미만 초단기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80조7900억여 원으로, 2017년 말 66조5700억여 원보다 21% 늘었다. 2016년 14% 감소, 2017년 10% 증가한 데 이어 증가율이 두 배 이상 커졌다. 같은 기간 만기 6개월 이상 1년 미만 정기예금은 14%, 1년 이상 2년 미만 정기예금은 9% 늘었다. 특히 만기 1년 미만의 단기 정기예금에 돈이 몰렸다. 2016년 말 189조원에서 2017년 말 205조원, 2018년 말 239조원으로 각각 늘었다. 작년 말 기준으로 1년 새 무려 34조원(증가율 16.6%)이 증가한 것이다. 이 같은 전반적인 예금 증가 추세에 힘입어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사상 최대인 700조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년 말 대비 12% 증가한 694조원을 기록한 것이다. 앞서 국내 정기예금 연간 증가율이 2017년 5%, 2016년 3%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증가세다.
↑ 원화에 비해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달러에 대한 투자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12일 시중은행이 내건 환차익을 올릴 수 있는 환테크 금융상품 광고판 앞을 한 고객이 지나가고 있다. [이충우 기자] |
이처럼 단기성 예금에 큰돈이 몰려 있는 것은 시장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 예금·대출에 적용되는 건전성 규제 강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완중 하나금융연구소 자산분석팀장은 "지난해 9·13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자금 선순환이 많이 둔화된 모습"이라며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져 투자자금이 방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