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걸린 상장사 주총 ◆
국민연금이 지난 12일 공개한 23개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분석해보면 반대 의사를 표시한 11개사 중 절반이 넘는 6개사에서 이사 보수한도 승인 건을 문제 삼았다. LG상사, 서흥, 현대위아, 풍산, 현대글로비스, LG하우시스 등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 중 상당수는 올해 이사 보수한도를 늘린 것도 아닌데 국민연금이 반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과다한' 보수의 기준이 모호하다며 기준을 밝혀줄 것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현대글로비스, LG상사 등은 지난해와 이사 수도 동일하고 이사 보수한도도 같다. 현대글로비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오히려 늘어났다. LG상사도 지난 5년간 50억원 한도의 동일한 금액으로 이사 보수를 책정해왔다.
국민연금은 그러나 이들 기업에 대해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스튜어드십 코드) 세부기준 33조에 의거해 "전기의 경영성과 대비 과다한 수준을 당기에도 유지하고 있어 반대"한다고 밝혔다.
풍산 역시 지난해와 같은 70억원의 이사 보수한도가 과도하다며 국민연금으로부터 반대 의사를 통보받았다. 풍산은 2011년 이후 9년째 이사 보수한도를 70억원으로 유지하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과도하다'의 기준이 뭔지가 명확하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사 보수한도는 말 그대로 한도일 뿐 통상 한도의 절반 수준만 보수로 사용한다"며 "경영 성과에 맞는 적정 보수한도를 어떻게 측정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많이 행사한 특정인의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 건에 대해서도 기업들은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국민연금이 정확히 어떤 이유인지를 밝히지 않은 채 독립성 훼손만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반대 의사를 밝혔다"며 "마치 사외이사가 과거 회사와 유착관계가 있었던 것처럼 비쳐 개인과 기업의 명성에 흠집을 내고 있다"며 반발했다. 심지어 해당 인물에 대해 미국 연기금 캘퍼스(CalPERS)에서는 문제 삼지 않았는데, 국민연금이 '독립성 훼손'을 거론한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현대위아가 사외이사로 추천한 안성훈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에 대해 국민연금은 "회사와의 이해관계로 인한 독립성 훼손"을 이유로 반대했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안성훈 교수는 지난 3년간 위아와 거래한 일도 없고 사업가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위아 지분을 보유한 캘퍼스는 해당 교수에 대해 이미 찬성 의사를 밝힌 상태다.
국민연금은 또 농심이 신병일 전 삼정KPMG회계법인 품질관리실장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에 반대했다. 신병일 사외이사가 몸담았던 삼정회계법인이 계열사인 농심기획의 외부감사인이라는 이유에서다. 농심 측은 "외감법 강화로 회계전문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모신 것"이라면서 "사외이사의 전 직장이 계열사의 회계감사를 맡고 있다는 이유로 사외이사 선임을 반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 자산운용업체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특정 사외이사에 대해 회사와의 불명확한 이해관계를 들어 반대하는데
[한예경 기자 / 서진우 기자 / 이덕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