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카드 H-ALIS IT 솔루션.[자료 제공 = 일본 엑사 시스템즈] |
이런 가운데 최근 새로운 방식으로 선진 금융시장에서 예상 밖의 성과를 거둔 한 금융사가 주목 받고 있다. 바로 현대카드다.
◆일본 '엑사 시스템즈' 신용카드 IT시스템 사업자 선정
14일 IBM JAPAN의 자회사이자 일본의 주요 IT 솔루션 기업 중 하나인 엑사 시스템즈(EXA SYSTEMS, 이하 엑사)에 따르면 차세대 신용카드 IT 시스템으로 현대카드의 'H-ALIS(Hyundai-Advanced Library Card Information System)'를 선정했다.
엑사는 자사 홈페이지와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카드의 H-ALIS를 신용카드 선진국인 대한민국에서 검증된 첨단 퍼블릭 클라우드형 신용카드 IT 플랫폼으로 소개하고 특장점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 같은 내용은 요미우리와 아사히 등 일본 주요 매체와 IT 전문 미디어를 비롯해 총 30여개 매체에 소개됐다.
H-ALIS는 이번 일본 IT시장 진출로 패키지와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판매와 컨설팅 수익은 물론 여기서 파생되는 각종 수익으로 향후 5년간 약 2700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일본시장 진출은 보수적이지만 성장 잠재력이 큰 일본 신용카드 시장 공략에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이번 성과는 IT 솔루션 전문기업도 아닌 국내 금융사가 금융선진국으로 평가되는 일본에 IT 시스템을 수출한 최초의 사례여서 더욱 이례적인 결실로 평가된다. 현대카드는 일본 내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이를 기반으로 추가 사업과 다른 해외시장 진출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글로벌 비즈니스의 문을 연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신용카드 산업 초창기, 국내 카드사들은 일본에서 IT 노하우를 배워 업무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런데 이제 현대카드가 일본을 뛰어넘는 우수한 시스템을 만들어 이 시스템을 역으로 일본에 수출하게 된 것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신용카드 사업은 해당 지역 사람들의 금융 특성뿐만 아니라 생활방식이나 문화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해외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며 "현대카드는 이 같은 난제를 국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축적한 디지털 역량과 일본시장에 대한 전략적 접근으로 풀어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 신용카드 산업 초창기에 국내 카드사들이 일본에서 IT 노하우를 배워 업무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IT 시스템 수출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고 덧붙였다.
◆'H-ALIS'로 시장 공략 "뛰어난 솔루션" 호평
현대카드는 일본 시장의 특성과 변화 양상에 주목했다. 하지만 '갈라파고스의 섬'이라 불릴 정도로 특수성이 강한 일본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직접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리스크가 컸다. 대신 현대카드는 일본에서 자사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을 찾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카드를 발행하는 기업은 약 300여개. 이 중 230여곳 가량이 은행계 기업이고, 나머지는 유통, 호텔, 항공, 정유 기업 등이다. 특히 전체 300여곳 중 200여곳은 카드사업에 대한 IT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해 위탁 운영을 하고 있고 자체 IT 시스템을 운영 중인 기업은 100여곳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현재 현대카드 시스템보다 10년 이상 낙후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고객들은 결제일을 하나의 옵션만 선택할 수 있고 디지털 채널은 주요 결제내역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다. 카드사가 청구나 입금 등 대규모 작업을 진행할 경우에는 홈페이지 이용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본은 범정부 차원에서 신용카드를 비롯한 현금 외 결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카드사들은 감독기관의 고객정보 보호 강화 움직임에도 대응하고 모바일이나 핀테크 등 새로운 디지털 사업 역시 펼쳐 나가야 한다. 이런 일들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IT시스템 업그레이드가 필수적인 상황. 특히 일본 시장은 개인과 법인 고객, 가맹점 관리 등에서 우리나라 시장과 유사한 측면이 많고 현대카드는 장기간 일본보다 훨씬 크고 다양한 기능의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온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었다.
현대카드는 면밀한 시장분석을 바탕으로 엑사의 신용카드 IT시스템 사업자 선정 작업에 참가했다. 현대카드의 전략 무기는 H-ALIS.
H-ALIS는 매월 약 1억5000만건의 카드거래를 처리하는 현대카드의 IT 시스템을 일본 시장에 최적화된 패키지 시스템으로 구현한 것이다. 이 시스템은 365일, 24시간 중단 없이 실시간으로 대규모 매입과 매출, 입금과 출금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아키텍처로 구성돼 있다.
H-ALIS는 상품 개발력이 발군이다. 현대카드는 이 시스템 오픈 이후 개발한 신상품의 93%를 2일 내 별도 프로그램 개발 없이 출시했다. H-ALIS는 업무 규칙을 파라미터(parameter)화 하는 기능이 뛰어나 상품기획자가 혜택이나 연회비 등 상품 내용만 설정하면 별도의 코딩작업을 진행할 필요 없이 빠르게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유연하게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H-ALIS의 강점이다.
여기에 현대카드는 결제일 자유선택과 카드 즉시발급, 앱에서 자유롭게 신용카드 사용조건을 설정할 수 있는 '락(Lock) & 리밋(Limit)', 여러 장의 카드 혜택을 플레이트 한 장에 담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현대카드 카멜레온(Chameleon)' 등 일본에는 존재하지 않는 현대카드의 차별화된 디지털 서비스를 제시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강력한 보안도 H-ALIS의 특장점이다. H-ALIS는 정보보안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표준인 'ISO27001'과 신용카드 산업 분야의 데이터 보호를 위한 표준인 'PCI-DSS' 인증을 받은 시스템이다.
일본의 IT 컨설팅 전문기업 뷰르가(Buerger) 컨설팅의 사토 마사노리 이사는 "현재 많은 일본의 신용카드 IT 시스템이 복잡한 대규모 시스템 형태로 구축돼 있어 빠르고 유연하게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시스템을 수정하기 힘들다"며 "H-ALIS는 현금 없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맞게 될 다양한 변화에 유연하게
그는 "H-ALIS는 기본적인 신용카드 업무 기능은 물론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서비스 등에도 강점을 지니고 있다"며 "특히 퍼블릭 클라우드 형태로 운영되는 시스템이어서 다양한 사업 확장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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